몇 해 전부터 미술계 단체 일을 조금씩 맡게 되었다. 이런저런 직책들을 맡아달라는 선배들의 부탁은 작업실에서 혼자 작업하며 이따금 밖에서 전시회를 하는 필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위아래에 선후배가 있는 중간 위치의 나이에 맡지 않으면 안 되는 일임을 알기에 한 2년 고생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각종 예술단체의 일들을 진행하면서, 개성이 강한 예술가들 모임의 일이란 것이 수월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제출자료 마감기한도 어기기 일쑤고 전시작품 설치도 신경 쓰지 않고, 심지어 회비도 잘 걷히지 않았다. 어쩌다 회원들이 모여 회의를 할 때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상대방과 다투기 일쑤였다. 이러하니 전시를 하기 위한 관계자 미팅부터 전시 철수하는 일 등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직책을 맡은 사람 몫이었다.
필자도 미술을 하지만 예술가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하물며 예술가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은 가족 구성원끼리도 소통이 잘 안 되니 그 답답함이야 오죽할까? 좋아하는 예술에만 온 열정을 쏟고 할 줄 아는 것이 그것밖에 없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주변의 일반적인 가정과 비교해 상식적이지 않은 그 생활방식에 항상 가족들의 희생이 따른다.
이렇듯 예술가들은 소통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라 같은 예술가끼리도 쉽게 융화되지 않는다. 지극히 자기만족적 경향인 그들은 자신의 작업세계에 주파수를 고정시키고 살아가며, 그러다 보니 예술가들 중엔 사회부적응자로 보이는 이도 있다. 작가들은 예술가로서의 삶과 의식을 유지하기 위해 세상과의 타협이나 보편적 사회성을 기꺼이 거부해 왔다. 그래서 자신의 세계에만 골몰하는 자폐적인 예술가의 고집스러움이 때로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젊은 예술가들은 대부분 예술의 사회적 성격과 기능을 인정하고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는, 예술이 더이상 고귀한 개인의 창조물이기보다는, 사회적인 경향을 반영하는 현실 참여의 수단이며 예술의 창작과정에 있어서도 사회적 성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순수 예술가가 대중과의 소통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진솔한 창작품을 만들어 내기 어려워진다. 물론 작품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나 작가정신이 어떤 것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작가정신이란 자기 세계에 빠져서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몰입하여 관찰하고, 본질을 꿰뚫거나 음미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 전 과정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예술가들이여, 우리는 변변치 않은 작품에 고집까지 센 예술가는 되지 말아야겠다.
정세용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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