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공직자는 퇴직 후에도 부끄럼 없어야"…김종윤 국민권익위원회 신고심사심의관

친구와 동료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맞다면 단언컨대 김종윤(55) 국민권익위원회 신고심사심의관은 '좋은 사람'이다. 권익위에서 만난 모든 동료 직원들이 먼저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 "추석 명절은 잘 보내셨어요." 그저 인사치레가 아니라 그의 안부가 궁금하고 반가워서 건넨 말이었다.

김 심의관의 부친 김필규(79) 씨는 대구에서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제2대 대구시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부친은 그에게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공무원은 말이다, 퇴직하고 나서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올곧게 살아야 한다. 네 흔적을 보고 비판받을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친은 한 번이면 족하다며 두 번 다시 선거에는 나서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의 멘토가 됐다.

김 심의관은 1981년 7급 공무원으로 시작, 총무처 인사기획과, 행정자치부 중앙공무원교육원 기획과, 중앙인사위 기획총괄과, 부패방지위원회 혁신인사기획관실을 거쳤다. 자연스럽게 그는 '인사기획통'으로 통한다. 쉽지않아 보이는 인사문제지만 그는 책을 통해 헤쳐나갔다. 고교 1년 때 여름방학 숙제로 낸 단편소설이 교지에 실리면서 그는 문학청년의 길을 걸었다. 그 때부터 활자로 된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한 때 소설가로 등단하는 꿈을 꿨고 요즘도 역사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제가 생각하기에 기획은 전문가형 지식보다 백과사전적 지식에서 나옵니다. 인접한 분야에 대해 기본지식을 가지고 쪼개고 모으고 붙이고 조율하면 좋은 방안이 도출될 수 있습니다."

그는 1989~1991년 2년간 멕시코 이베로아메리카나대 대학원(사회학)에서 연수를 했고 2003~2005년에는 칠레로 가서 감사원의 반부패 정책 파견 연수를 다녀온 특이한 이력이 있었다. 중남미에 대한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닌가 물었더니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아서"라고 싱겁게 대답했다. 영어와 독일어 외에 대학 때부터 스페인어를 독학으로 공부해 온 것이 인연이 됐다는 것이다. "일흔을 넘기신 어른이 어느 날 '영어를 잘 몰라 불편하더라'면서 공부를 시작하시더군요."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부전자전인지 모르겠다. 그는 2년째 중국어학원을 다니고 있다.

권익위는 사회적 약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곳이다. 사회에서 일어난 불합리하거나 억울한 일을 신고하면 해결해준다. 이달 말 시행될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관련, 그는 요즘 조직과 제도 정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는 1994년 공무원 임용시험 과목을 개편할 때 그는 실무책임을 맡았던 일을 떠올렸다. 그 때 시험과목을 둘러싸고 큰 갈등이 일자 '소통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소통은 많이 듣는 것이고, 신뢰는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번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보면서 "경기침체, 스타들의 불출전, 경험 부족 등을 딛고 온 시민의 참여로 성공한 대회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이제 대구가 고향이라고 당당하게 소리쳐야겠다는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대구 출신인 그는 대건중'고, 영남대 법학과를 나왔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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