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평범하고 위대한 아버지 이야기
얼마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평생을 큰 병 없이 일만 해 오시다 소화제 처방을 받으러 가신 병원에서 위암 판정을 받고 100여 일 만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미처 병을 원망할 겨를도 없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야윈 얼굴을 생각하면 슬픔은 늘 새롭기만 합니다.
아버지는 전쟁 후 피폐한 세월,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오로지 잘살아보겠다는 희망을 안고 열일곱 나이에 대구로 나와 차가운 바닥에서 새우잠 주무시며 일하셨지만, 어느 정도 규모로 키워놓으신 사업마저 1984년과 외환위기 두 차례 도산으로 잃으시고 오로지 맨몸으로 가정을 일구고 삼 남매를 대학까지 졸업시키셨습니다. 일손을 놓으셔도 될 무렵 큰 병으로 진단되신 아버지는, 병원에 다녀오신 그날까지도 일을 해야 한다며 고집을 부리시던 뼛속까지 근면한 분이셨고, 가족에게는 모든 것을 해 주고 싶어하셨으나 정작 당신은 평생 제대로 여행 한번 못 가보셨던 이 땅의 평범한 가장이셨습니다.
아버지를 여읜 후, 고령, 홀몸 보훈가족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나는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의 서류를 읽다가도 눈시울이 붉어지곤 합니다.
우리는 지금 가난한 나라를 원조할 수 있는 강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나라를 만들어주신 분은 다름 아닌 내 부모님과 이웃 어른들, 그리고 아무도 찾지 않는 여생을 그저 견디고만 계신 많은 홀몸노인들입니다. 물론 제도적 지원도 시급하지만, 어르신들께는 우리의 관심과 존경이 더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추석은 아버지가 떠나신 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안 계시지만, 아버지께서 깨우쳐주신 마음을 잊지 않고 이웃 어른들께 작은 관심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폐지도 내어놓고, 횡단보도를 같이 건너드리고, 평생 생신을 잊고 사신 어르신들게 조촐한 생신잔치도 마련해 드리면서, 내 아이에게는 외할아버지가 아주 훌륭한 분이셨고, 이 나라의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는 훌륭한 애국자시라고 가르치려고 합니다. 추석을 보내고 보니 사랑을 주기만 하셨던 아버지가 너무 그립습니다.
김미현(대구 남구 대명동)
♥수필 #2-억수로 잘된 쪼춤바리 대회
2011년 6월 4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자원봉사자 사무지원 분야 최종합격통보를 받고 너무 기뻤다.
8월 10일, 선수촌 상황실에서 봉사자 교육을 받고 109동 객실 서비스에 배치되었다.
8월 20일, 토요일 아침부터 비가 온다. 젊은 전경과 젊은 봉사자들이 밝은 얼굴로 사람들을 맞는다. 밖에 비는 오고 있었지만 우리 사회가 밝아 오는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았다.
8월 30일, 자메이카 110m 허들에 출전한 선수(Richard Phillips)를 만나 선수촌 시설과 서비스는 어떤지 물어보았다. 리처드 필립스는 선수촌 풍경이 아름답고 봉사자들이 친절하며, 특히 자전거 시설을 해놓아 매우 만족스럽다면서 'Very Good'이라는 말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대구스타디움 시설과 서비스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경기장 건축물 구조가 뛰어나며, 차량으로 이동을 잘 해주어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어 매우 만족했다고 말했다. 그 마음 고국에 돌아가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9월 4일, 마지막 경기일이다. 처서도 지나고 가을이 여물어 가는 이때, 29일간의 자원봉사활동을 접으면서 그간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본다. '사무지원' 분야에 합격하여 선수촌 109동 객실보호로 자리매김되어 쓰레기 분리수거, 각종 물품운반, 청결봉사대 일일 임무 내용 전달, 상황실 청소 등 나름대로 주어진 임무에 끝까지 열심히 뛰고 움직이며 땀을 흘렸다고 자부하면서,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자원봉사자로 활동하였음을 큰 자랑으로 남겨 오래오래 추억할 것이다.
이제 코스모스가 아름답게 핀 가을의 문턱에 서서 봉사활동을 마무리하며 '사랑하고, 감사하며, 배려의 마음'을 복 광주리에 가득 담아,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억수로 잘된 쪼춤바리 대회"로 모든 이의 가슴에 길이 남을 것으로 믿으며, 그동안 성공 대회를 위해 밤잠을 설쳐 가면서 준비하고 진행한 관계자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한 아름 드리고 싶다.
김종두(대구 달서구 상인1동)
♥시 #1-추석이 다가오면
형제 많은 집 막내로 자란 나는
어릴 적 연세 지긋하신 아버지께
나이 드시면 머리칼이 왜 희어지는지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생각이 많아지면 그리된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내 머리칼도 흰 머리칼이 기승을 부려
귀밑머리 허연 아내가
이따금 잡초를 솎아내듯 뽑아주곤 합니다.
아내와 난 무슨 생각이 많아졌기에
흰머리가 늘어 가는지
지금 그게 궁금하지만
아내에겐 묻지 못합니다.
집 앞에 서 있는 나무도
생각이 많아지나 봅니다.
검푸른 녹색이 탈색이 되기 시작하고
탈모가 시작되어
아침마다 현관을 빗자루 들고 나섭니다.
지난 생각들을 매일 쓸어 버려도
점점 더 쌓이기 시작합니다.
나무는 지난여름 유독이 길었던 장마를 생각하고
아내와 난 몇 년 전 외동아들 교통사고 생각 때문이라고
짐작만 할 뿐입니다.
이유를 물어볼 아버지는
저 달에도 바람에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김영석(대구 달서구 성당 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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