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생한 전국적인 단전(斷電) 사태는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의 무신경, 무책임, 무사안일이 낳은 인재였다. 지식경제부는 '순환정전'이라는 말로 호도하고 있지만 명백한 사전 예고 없는 단전이었다. 원인은 전력 수요 예측 실패다. 이상기온으로 인해 늦더위가 추석 연휴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예보는 진작부터 있었다.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한전은 이를 무시하고 전국 23개 발전소의 정비에 들어갔다.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전력 예비율이 급락할 것이 예상되는데도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았다. 국민에게 전력 공급 여력을 소상히 설명하고 전기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미리 협조를 구했다면 전국적인 단전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전은 이런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 그 결과 각 가정과 사무실, 공장, 금융기관, 병원은 엄청난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에 대해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사과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예측할 수 있었던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에 대한 철저한 책임 소재 규명이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 제한 송전이나 단전 절차의 매뉴얼을 재정비해 다시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우리 공기업에 만연해 있는 무사안일이 극적인 형태로 터져 나온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기업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비효율과 낮은 생산성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국가 전체의 혼란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지적을 약으로 삼아 공기업에 대한 종합적 직무점검을 통해 곪은 부분을 빨리 도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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