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코노 피플] 취임 1년 송종호 中企진흥공단 이사장

"아픈 기업에 종합병원 역할 자리매김"

"앞으로 어떤 무대에 서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다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직원들의 눈치만 안 보이면 밤샘 근무라도 하고 싶은데 말이죠."

이달 13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송종호(55)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중소기업 정책만 25년째 다뤄왔지만 이제야 눈이 트이는 느낌"이란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신중한 평소 모습에 비춰보면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 다른 중소기업 지원기관과 통합이 거론될 정도로 총체적 난국을 겪었던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송 이사장의 취임 이후 확실한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로 '중소기업 종합병원' 개념이다. 정책자금의 집행 기능 중심에서 벗어나 창업에서부터 경영 진단'지원까지 총괄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올해 1월 출범한 '창업사관학교'가 옥동자를 낳는 산부인과라면 긴급지원을 수행하는 '앰뷸런스맨 제도'는 응급실입니다. 또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예정인 '경영진단사업'은 종합검진센터 역할을 하게 됩니다. 특히 대구처럼 중소기업이 많은 도시에서는 경영진단사업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 직원이 기계'금속'화공'전기전자'섬유'정보처리 등 6개 분야 중에 하나씩 자신의 전문분야를 선택하는 '전문업종제'는 주치의 개념이지요."

실제로 창업사관학교는 벌써부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예비창업자 131명이 신규 창업을 완료, 427명의 고용이 창출됐다. 교육생들이 낸 지적재산권만 178건에 이르고, 국제발명전시회 수상 실적도 6건이나 된다. 철저한 스파르타식 교육 덕분에 엄격한 절차를 거쳐 선발된 241명 중에서도 17명이 사업수행능력 미달로 퇴교됐을 정도다.

또 지난 3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앰뷸런스맨(30명) 제도는 종합병원 긴급구조 시스템과 같이 전문가가 신속하게 투입돼 위기 기업을 진단'처방'진료하는 방식이다. 특히 전문성과 풍부한 현장 경험이 필수인 만큼 3급 이상 부장'팀장급 직원으로만 구성돼 있다. 이들은 7일 이내에 최대 5억원까지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저는 중소기업과 사람의 생애는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나서 일정기간 부모의 도움을 받아 크다가 성인이 되는 것처럼 중소기업도 약 7년간은 지원을 받다가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의미죠. 이 같은 종합병원 개념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선진국인 일본에서도 벤치마킹을 오고 있습니다."

영남대를 졸업한 송 이사장은 1986년 제22회 기술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한 이후 옛 상공부'중소기업청에서만 근무해온 손꼽히는 '중소기업통'이다. 특히 1990년대에 나온 벤처 정책과 관련된 법안 대부분은 그의 손을 거쳤고, 코스닥시장의 토대도 직접 마련했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중소기업 비서관으로 일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됩니다. 소속 기관의 입장뿐만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중소기업이 필요한 지원책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겠습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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