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의 위선/김연수 지음/앨피 펴냄
조선을 건국한 세력은 강력한 국가,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사는 대동사회를 꿈꾸었다.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이 등용돼 능력을 꽃피우고 백성들은 희망에 차 있었다. 하지만 200년 후, 조선은 외세의 침략에 제대로 대응 한 번 하지 못하고 국토와 백성이 참담하게 유린 당하는 한심한 나라로 전략했다. 20일 만에 서울이 함락됐고 임금은 백성을 버려두고 홀로 도망쳤다. 임진왜란은 분명 조선이 불러들인 전쟁이었지만 사림 세력은 치욕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무능함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이 책은 건국 이후 선조 시대까지 조선에 주자학적 사상 체계와 정치 체계가 뿌리내리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재구성했다. 저자는 특히 선조 시대를 조선 역사의 커다란 변곡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림 세력이 정치의 주도권을 차지하면서 조선은 명실상부한 '주자학의 나라'가 되었다. 조선은 이념의 과잉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권력을 장악한 신진 사림은 불행히도 나라를 어디로 이끌고 갈 것인지 준비하지 못했다.
이황, 이이, 기대승은 조선 최고의 선비이자 사림의 큰 스승으로 지금까지 존경받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세 사람의 학문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 조선의 현실은 참담했던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고 있다. 정치와 학문을 뒤섞은 이황의 행보 이후 자유로운 학문 기풍은 사라지고 독선적 주자학 유일의 나라가 되었다. 또 선조가 이이에게 개혁을 맡길 수 없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이는 계속 자신이 개혁을 주도하겠다고 주장했다. 치열한 권력투쟁에 몰두하느라 때를 놓쳤는데도 말이다. 기대승 이후 조선은 실용을 외면하고 명분을 앞세우는 이념 과잉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336쪽, 1만5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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