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값을 치르고 유행하는 옷을 장만했지만, 유행과 체형이 변하면서 입기 힘든 옷이 있다. 유난히 마음에 드는 옷이라 버릴 수도 없고 그대로 입을 수도 없을 때는 유행에 어울리게, 변한 체형에 맞게 수선해서 입으면 좋다. 큰돈 들이지 않고, 유행과 몸에 맞는 맵시를 한번에 잡는 것이다.
패션에서 '리폼'은 단순한 수선이 아니라 내피와 외피 등을 완전히 해체해서 새로 옷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리폼'은 고가의 모피 옷이나 두꺼운 외투뿐만 아니라 스웨터, 신발, 가방 등 어디에나 적용된다. 품목에 따라 리폼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새로 구입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새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십수 년 전 유행했던 더플코트는 싱글 버튼으로 변신하고, 코트에는 뒤트임을 줘 활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5만~6만원이면 웬만한 옷을 리폼할 수 있고, 사이즈를 늘이거나 줄이기 위해 원단을 모두 해체하는 경우도 재킷은 10만원 안팎, 바지는 2만원 안팎이면 가능하다. 모피 옷의 경우 50만원 이상이 들기도 한다.
◆패션 리폼 전에 충분한 대화
리폼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유행 지난 옷을 적은 비용으로 새 유행에 맞출 수 있다는 점이다. 결혼 예복,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선물받은 옷, 추억이 묻어 있는 옷 등을 리폼해서 입음으로써 '아름다운 옛날'을 '장롱' 속이 아니라 '생활의 시간 속'으로 호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리폼을 의뢰할 때는 충분히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자신의 취향이나 머리에 그리고 있는 이미지를 설명해도 수선하는 사람이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수선을 마친 뒤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잘라서 줄인 옷이라면 다시 손보기는 상당히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명품 의류 수선의 경우 고객과 수선자의 인식이 달라 수십만원 혹은 수백만원의 피해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견본 사진을 놓고 충분히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신체적 조건이 어울리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다른 사람이 입었을 때는 멋있어 보이던 옷이 내가 입었을 때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류'신발 수선비용은 얼마나
의류수선은 옷감에 상관없이 가능하고, 남녀 옷에 따른 구분도 없다. 그러나 값싼 옷, 이미 옷감 자체가 낡아서 입기 힘든 옷이라면 굳이 리폼해서 득될 게 별로 없다. 대체로 스웨터의 경우 리폼 비용이 1만5천원 안팎이며 3,4일이 소요된다. 바지는 1만5천∼4만원 정도이며 2,3일이 소요된다. 외투는 15만원 정도에 일주일 정도 수선기간이 필요하다. 가죽점퍼의 경우 수선부위별로 3만∼20만원으로 비용에 차이가 나고, 시간도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수선 가격과 옷감 상태를 고려해서 수선할 것인지, 새로 구입할 것인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모피 옷의 경우 수선비용이 40만~50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그러나 고급 모피 옷의 경우 1천500만원, 보통이라도 400만~500만원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리폼이 싸게 든다.
신발 리폼은 대체로 옷보다 저렴하다. 롱부츠를 단화로 수선하는 데 2만∼5만원 정도면 된다. 여기에 3만원 안팎의 비용을 추가해 다른 색깔로 염색할 경우 완전히 다른 신발이라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패션에 빼놓을 수 없는 소품인 가방도 크기에 변화를 주면 새로운 가방으로 거듭난다. 어중간한 사이즈라면 아예 초미니 사이즈로 줄여 화장품, 손수건 등 간단한 필수품만 넣어 다닐 수 있는 크기로 줄이면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한때 유행했던 커다란 숄더백이라면 적당한 크기로 줄여 얼마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비용은 3만∼5만원대.
다리가 굵어지는 바람에 롱부츠에 발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면, 부츠의 입구를 살짝 늘리면 된다. 유행에 따라 통이 아주 좁은 롱부츠를 샀다면, 조금만 살이 쪄도 신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부츠에 지퍼를 달면 간단히 해결된다. 비용은 5만원 안팎.
◆리폼 전문점 어떤 곳이 있나
서문시장에는 리폼, 각종 지퍼, 니트, 양장맞춤 등을 하는 수선집이 20여 곳에 이른다. 단순 수선을 넘어 완전한 리폼, 홈패션 리노베이션까지 하는 가게도 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수선점이 있는 만큼 찬찬히 둘러보면 자신의 원하는 의류를, 취향에 맞게 수선하는 가게를 찾을 수 있다. 또 백화점 정장 수선실에서도 수선을 넘어 리폼에 가까운 수정이 가능하다.
'명장 김명광 수선실'(053-421-8702)은 명품 수입품, 명품 청바지, 정장, 캐주얼, 모피, 무스탕을 전문적으로 수선하는 곳이다. 대표 김명광 씨는 1982년부터 옷을 만들었으며, 1990년부터 대구백화점 수선실 근무를 시작해 수선실장을 거쳐 대백프라자점에서 15년을 근무한 30년 경력 베테랑이다. 3시간 정도면 정장을 완전히 해체해서 리폼할 수 있는 전문가다.
'모피 옷 전문 수선점 영민사'(053-424-5783)는 1985년부터 수선을 해온 집이다. 20년 전부터 모피 옷 전문점으로 탈바꿈했다. 모피 옷의 경우 수선비용이 40만~50만원 정도이고, 현재 예약이 밀려서 수선에 한 달 정도 걸린다.
'홍박사 구두'가방 종합병원'(053-746-2582)의 경우 1980년부터 구두와 가방을 수선해온 전문업체다. 2002년부터 명품 수선 전문점으로 정착했다. 이 업체는 수십만원에서 1천만원이 넘는 명품 운동화와 구두, 가방 등을 전문적으로 수선하거나 세탁, 염색한다.
◆리폼 관련 강좌
최근 의류 및 신발 리폼과 수선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선과 리폼을 가르치는 학원이나 강좌도 많이 생겼다. 실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훈련은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정장 하의, 청바지, 재킷, 남방 등 기본 4과목을 4개월 정도 배우고 선택과목을 배우고 실전 경험을 보태면 소자본으로 창업도 가능하다.
그러나 수선 전문가들은 "디자인, 재봉질, 가위질을 할 줄 안다고 누구나 수선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자기만의 차별화된 기술, 패션감각, 유행을 보는 눈, 재료에 대한 감각, 정보력, 시장성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함부로 도전할 분야는 아니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현재 성황리에 영업 중인 전문 수선점의 경우 적어도 10년, 많게는 30년 이상 경험자가 많다는 점은 리폼 작업이 고난도 기술을 요구함을 방증한다.
이에 반해 운동화나 가죽제품 세탁과 간단한 수선, 부분 염색 등은 3∼6개월 정도 교육과 소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하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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