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 EBS 세계의 명화 '피셔 킹' 17일 오후 11시 40분

잭 루카스(제프 브리지스 분)는 소위 잘 나가던 라디오 DJ였다. 그러나 그는 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애청자인 에드윈과 전화 통화를 하며 우연히 '여피족들은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악마들이기 때문에 모두 쓸어버려야 한다'는 말을 내뱉는다. 그날 저녁 에드윈은 잭의 말대로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 무작정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한다. 그 날 이후, 잭은 자신이 무심코 던진 말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비디오 가게 주인인 앤의 집에 얹혀살며 백수처럼 지낸다.

매일 밤마다 술에 취해 허드슨강을 헤매던 잭은 불량배들에게 공격을 받지만, 거리의 부랑아인 패리(로빈 윌리엄스 분)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래 대학 교수였던 패리는 아내가 잭의 애청자인 에드윈에게 희생된 후 정신병자가 되어 거리를 떠돌고 자신이 성배를 찾는 기사라고 믿는다. 잭은 죄책감 때문에 패리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어떻게든 패리의 인생을 되찾아주려고 노력한다. 잭은 패리가 오래 전부터 사랑하는 리디아와 패리를 연결해주고, 패리는 리디아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패리의 사랑을 찾아준 후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난 잭은 다시 일을 시작하지만, 패리는 리디아에게 사랑 고백을 한 후, 자기 곁에서 살해된 아내의 환상을 보고 거리를 떠돌며 괴로워하다가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해 식물인간이 된다. 다시 일을 시작한 잭은 혼수상태에 빠진 패리를 위해 패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성배를 구해 패리의 손에 쥐어준다. 패리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 리디아를 만나고, 잭은 앤에게 돌아가 사랑을 고백한다.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상징인 거대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주는 영화다. 우연히 내뱉은 말이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낳은 것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던 잭과, 그 참사의 희생자인 패리가 만나 서로 소통하고 사랑과 용서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또한 인간의 고독과 절망, 광기, 폭력에 대한 비주얼 스펙터클을 멋지게 연출해냄으로써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멋진 점수를 받았다.

두 주인공 로빈 윌리엄스와 제프 브리지스의 인상적인 연기에 흠뻑 취해 영화의 화면을 쫓다보면 어느새 진한 감동과 함께 우리의 삶에서 사랑과 용서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러닝타임 138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