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없으면 안 된다는 걸 아시겠지요.'
15일 제주도를 제외한 대한민국 전역이 전력공급 중단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한국전력은 전력 수요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기상청 예보에 귀기울이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어찌 전력 수요 예측 잘못으로 국가 전체가 흔들린다는 말인가. 모 국회의원이 "북한의 소행이다"며 한국전력도 확인도 하지 않고 흥분한 것도 십분 이해가 간다. 한국전력에 대한 기대심리가 그만큼 높았던 것이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국민들의 불쾌지수는 높아졌다.
'비가 오면 우산을 팔고, 햇볕이 내리쬐면 빙과를 판다'는 말처럼 날씨는 증시 테마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긴 하다. 34℃를 웃돈 늦여름 날씨에 팥죽땀을 흘리고 나서야 전기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 이번 사태는 전기의 소중함을 부각시켰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전력 관련주들이 슬며시 미소 짓는 이유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곳으로 한국전력을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주주대표 소송으로 사장이 낙마하는 등 외풍에 시달리고, 이번 사고로 내부 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국민들이 하나같이 느낀 것은 전기의 소중함이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의 명분이 생겼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전력은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도 전기료를 인상하지 못해 전전긍긍해왔다. 원자재 가격보다 전기료가 싸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15일 몇 시간 동안 일어난 정전은 역설적으로 한국전력에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발전소 증설에 대한 투자를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도 정비가 급하지 않은 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면 전력수급이 정상화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전력수급에 대한 불안감으로 발전설비 증설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올 8월에 전기요금이 평균 4.9% 인상된 점을 고려하면 이른 기간 안에 또 전기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 때문에 한국전력뿐 아니라 발전소 설비 관련주들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특히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보다 복합화력발전소 등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발전소를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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