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 말뿐인가

인천공항 항로 관제 시스템 장애와 전국적인 대규모 정전 등 비상사태에 대한 정부와 기관의 대응력이 허술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평소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실행력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관련 대비책이 필요한데도 손 놓고 있다 큰 혼란과 피해를 부른 것이다. 국가 비상사태까지 몰고 갈 내외부의 잠재적 불안 요인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예방 및 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국민 불안과 불신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15일 전국적인 대규모 정전 사태는 정부와 한전이 전력 수요 예측을 간과하다 예비 전력이 바닥나는 블랙 아웃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도 않고 전력 차단을 서두르는 등 허둥지둥하는 사이 수백만 가구가 불편을 겪고 큰 혼란을 불렀다는 점이다.

14일 발생한 인천공항 항로 관제 시스템 장애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비상시에 대비해 관제 업무를 맡게 되어 있는 제주 항로관제센터에 유자격 관제사가 한 명도 상주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의 대응 매뉴얼이 탁상공론에 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2004년 인천 항공교통센터 소프트웨어 장애 발생을 계기로 비상사태에 대비해 제주 관제센터를 설치만 해놓고 정작 무용지물이라는 것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천재지변과 같은 비상사태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전이나 항로 관제 장애와 같은 인재는 매뉴얼 정비와 대응 훈련만 제대로 되어 있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눈에 뻔히 보이는 예측조차 흘려 넘기는 판인데 비상 매뉴얼의 존재 여부나 정부 대응력을 따진다는 것이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개인 컴퓨터의 중요 파일도 백업이 일상화된 마당에 이번 사태에서 보듯 국가 비상사태를 촉발할 수도 있는 긴급 사안에서 보인 안이한 예측과 부실한 대응력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일본 언론들이 15일 대규모 정전 사태를 놓고 "시민 생활에 큰 혼란이 빚어지고 전력의 안정 공급 체제에 문제점을 노출했다"며 조롱 섞인 쓴소리를 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에 따른 전력 수급 차질로 계획정전을 실시해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일본의 상황과 비교하면 우리의 대응력이 아마추어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겠나. 정부는 당장 매뉴얼과 대비 시스템을 철저히 정비하고 점검해야 한다. 입으로만 유비무환을 외치는 일이 두 번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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