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통증 조절을 잘하는 주치의 알아둔다.
육체적 통증과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는 의사를 친구로 만든다. 그것은 인생의 보험을 드는 것이다. 마지막에 안 아프면 좋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는가? 마지막에 아프면 찾아 쓸 수 있는 보험이다.
7. 자신의 마지막과 소통하자. 건강할 때 자신의 마지막과 접촉하자.
세상만사가 자기로부터 나온다. 세상과 그리고 다른 사람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싶은가? 자기와 먼저 해라. 그것도 자신의 마지막과. 답이 보이지 않는가! 우리의 처음과 끝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고, 2~3일 앓다가 4일 만에 죽자'라는 뜻의 구구팔팔삼삼이나, '암이나 치매는 안 걸려야지'하는 소원은 무용지물이다. 마지막엔 자유 의지가 먹히지 않는다. 그것보다 마지막에 무엇을 가슴에 안고 떠날 것인가를 상상해보자. 그리고 오늘 그 일을 하자.
8. 암 환자가 왜 죽는 줄 아는가? 지루해서 죽는다.
마지막에 힘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자. 새로 나온 영화를 보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지내도 좋고, 아픈 나를 위해서 또 가족을 위해서 절대자에게 기도하면서 보내도 보람 있다.
9.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담은 유언이 아니라, 남아 있을 사람을 위해서 유언을 하자.
아버지가 재산을 나누어 준 다음, 자주 병원에 오던 딸이 발길을 끊었다. 그 이유는 자주 오지 않는 오빠에 비해서 자신의 마지막 선물이 초라했다. 참 좋은 딸이었는데 그렇게 변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인생의 선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떠나는 사람이 인생의 선배인 것이다. 선배는 후배를 배려해야 하고, 남아 있을 사람보다 마음이 더 여유로와야 한다. 내가 떠난 다음, 사랑하는 내 가족이 나의 유언 때문에 큰 싸움이 나면 슬프지 않은가! 그런데 실제 얼마나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는가? 유언 때문에 가족 간의 싸움을 많이 본 변호사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가도, 재산은 남는다."
10. 마지막을 같이 하는 웰다잉 보호자를 만든다.
혼자 놀지 말라, 그래야 혼자 죽지 않는다. 아는 사람이 많은 것과 나의 마지막을 잘 보내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헛 만남이 아닌 단 한 사람의 진실과 만나는 것이 잘 죽는 비결이다. 참으로 진실한 사람과 같이 있어라.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웰빙, 웰다잉 보호자가 돼야 한다. 내가 떠날 때 손잡아 줄 사람에게 매정하게 대하지 말라. 서로의 인생에서 보호자가 되어주자. 이것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보배다.
김여환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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