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서는 처음으로 주주대표 소송의 대상이 된 세원정공(본지 16일자 2면 보도)은 실적이 좋은 기업이라도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면 어떤 일을 겪게 되는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소액주주들이 나선 이유
세원정공은 지난해 말 보유중이던 계열사 세원테크 150만주를 53억2500만원에 계열사 SNI에 매각했다.
SNI는 김문기 회장의 아들 부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곳. 이번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인베스트 측은 "세원정공 경영진이 세원테크의 주식을 장부상 평가가치인 주당 8천272원의 절반도 안되는 3천550원에 매각해 68억5천만원의 장부상 투자자산 처분 손실을 기록했고 실질적으로는 최소 79억~118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또"대주주 자녀 일가가 100%를 소유한 SNI가 2008년 설립 후 2010년까지 3년간 취득한 841억원의 영업이익은 90% 이상 관계사간의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세원정공에 돌아와야 할 이익이 유출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실제 SNI는 2008년 매출액이 152억원이었지만 2009년 639억원, 2010년 1천270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2008년 63억원에서 2009년 296억원, 2010년 48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반면 세원정공은 2010 회계연도에 814억원의 매출액과 12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실적이 급감했다. 단기적 결과이긴 하지만 2009년 4분기(2010년 4~6월) 8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0년 1분기(7~9월) 0원, 3분기(2011년 1~3월) 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것이 소액주주들이 나서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세원정공을 비롯한 세원물산, 세원테크, 세원이엔아이 등 4곳 계열사의 2010년 총 매출액은 2천800억원대, 영업이익은 260억원이다. SNI의 매출액이 계열사 4곳을 모두 합친 것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데다 영업이익은 4곳을 합한 것보다 오히려 많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은 것이다.
◆노조 탄압 전력도 원인?
이번 소송을 주도한 서울인베스트의 박윤배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태광그룹 비리를 언론과 검찰에 제보한 당사자다. 당시에도 그는 태광산업 주식을 2주 갖고 있는 소액주주였다. 서울인베스트는 "세원정공에 대한 소송 역시 독단적인 움직임이 아닌 회사를 살리려는 상당수 주주들의 제보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박 대표가 갖고 있는 세원정공 주식도 5주에 불과하다.
세원정공이 소송 대상에 오른 까닭을 놓고 일각에서는 서울인베스트 박 대표의 15년 노동운동가 경력과 연결할 수 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세원정공 계열사의 노조 탄압 전력 때문이다.
2003년 10월 세원정공의 계열사인 세원테크 고(故) 이해남 노조위원장이 대구 달서구 신당동 현 세원정공 공장 안에서 분신했다. 당시 회사 측은 파업 기간에 빚어진 손실을 이유로 이 위원장을 포함해 파업 등에 적극 가담했던 근로자의 임금과 사유재산 등 수억원을 가압류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인베스트는 "경영을 잘못하거나 분식회계로 망하는 기업을 원래 가치대로 살리려는 것"이라며 "다만 세원정공과 관련된 근로자들과 주변의 이야기들을 관심있게 보고 들어온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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