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에 대해 책임추궁을 강하게 요구하면서도 주무장관 경질 등의 인사문제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최 장관의 거취문제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자 스스로 용퇴할 것을 유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최 장관이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도 당장 물러나지 않자 '선(先)수습 후(後)사퇴'로 입장을 재정리했다.
부산저축은행 구명로비와 관련,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16일 사의를 밝힌 김두우 전 홍보수석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시간을 끌다가 이틀이 지난 18일 오후에야 사표를 수리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어정쩡한 자세는 당장 국정감사를 받아야 하는데다 후임 지경부 장관과 홍보수석 등 새 인물을 찾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타이밍이 늦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최 장관의 즉각 경질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이 대통령이 그동안 자녀에 대한 특혜로 물의를 빚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나 구제역 파동 당시의 유정복 전 농림식품부 장관에 대해 사태수습 후에 스스로 용퇴하도록 하는 등 여론에 밀려 주무부처 장관을 즉각 경질하지는 않는 인사 스타일 때문이라는 설명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전사태 직후인 16일 한전을 전격 방문한 자리에서 "지경부도 책임이 있고, 전력거래소는 더 말할 것도 없고 한전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분명히 책임소재를 따져야 한다"며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이날 최 장관이 사퇴하지 않고 선 수습의지를 분명히 하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곧바로 춘추관을 찾아 "최 장관의 발언의 방점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 데 있다"며 선 수습후 자신사퇴로 해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최 장관이 어느 시점에 사퇴할 것이냐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최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를 종용했다는 후문까지 흘러나왔지만 최 장관은 이날 정전사태의 책임을 한전과 전력거래소에 돌렸다.
자기 발로 물러나 주기를 바라는 청와대는 최 장관의 '버티기'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경부가 정전사태의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은 견강부회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지금은 직접적인 책임소재보다는 정무적 차원에서의 판단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최 장관은 국정감사가 끝날 시점인 10월 초순이나 돼야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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