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중국이란 커다란 나라와 이웃하며 사느라 죽을 고생을 했다. 그동안 소위 오랑캐들이 중국을 지배하기도 했다. 몽골족들이 원나라를 세웠고 여진족들이 청나라를 세워 한족들을 다스렸다. 그러나 현재 몽골은 반쪽만 겨우 남아 있으며 청나라는 아예 흔적조차 없다. 하지만 우리는 소멸되기는커녕 이렇게 지구상에 우뚝 서 있다.
춘향의 연인 이몽룡이 과거 급제할 때 과제가 '춘당춘색 고금동'이라고 했다. 시제를 풀이해 보면 창덕궁에 있는 춘당지의 봄 풍경은 예와 같다는 뜻이니, 당시 임금이 그만큼 나라를 잘 다스려 옛날 임금 때와 같이 태평성대라는 말인 것 같다. 시를 지어 관리를 뽑다니 게다가 중국어능력시험도 없이 고시를 치르다니 너무도 인간적이며 당당한 제도다. 정치인이나 왕은 나라를 다스리는 기술자이기 전에 우선 인간, 그리고 철학적인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조선의 인재 등용의 기본이었던 것이다.
뉴욕 양키스 야구 스타디움에는 루 게릭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소위 '살인 타선'으로 불리던 그는 12년 연속 3할대 타율과 시즌 40홈런 이상을 5번이나 달성한 덕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그의 기념비에는 2천130경기 연속 출장을 세운 위대한 선수라는 말 앞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예의 바른 신사였다"라는 문구가 먼저 쓰여 있다. 미국 스포츠지들은 최고 선수를 뽑을 때 첫째는 기록이지만, 평판도 주요 조건으로 따진다. 이 때문에 4천256개의 안타를 때린 피트 로즈는 기술은 뛰어났지만 도박을 한 죄로 명예의 전당은 꿈도 꾸지 못하고 말았다. 대신에 베이브 루스는 비록 술꾼이었지만 기부 천사였기에 미국인의 가슴에 멋있는 남자로 남아 있고, 인간성 좋기로 소문난 사이 영은 사이 영상으로 지금도 불멸의 금자탑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인간성이야 어떻든 기술만 뛰어나면 존경받고, 삐뚠 성격에 사기술로 선출된 공무원이 정의의 사도인 양 큰소리를 치고, 불법 대출을 받거나 위장 전입을 하고도 고위 공무원이 되는 나라, 정치나 금융계와 결탁해 큰돈을 모을 수도 있고, 약자를 등쳐 부자가 되며 인격은 소멸되고 다만 기술과 능력만이 평가받는 나라, 정말 요지경 같다.
많은 국민들이 세상 살기 싫어 혹은 자살을 하고 혹은 정신과를 찾는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패배자로 착각해서 병이 된다. 그러나 사실을 그들이 병든 게 아니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병들어 인간은 없고 다만 기술과 돈과 명예만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른다. 우리의 행복을 되찾는 길은 우리나라가 옛 조상 시절처럼 인간다운 인간이 사는 세상을 되찾는 것이다.
권영재 미주병원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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