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낭만적 분위기가 나는 크로마하프 선율을 들어보셨나요? 실버 여성 8명이 의기투합해 크로마하프연주단을 만들었습니다. 정기적으로 모여 악기 연습도 하고 그늘진 이웃을 찾아 음악봉사까지 나서니 인생의 참맛을 새롭게 느끼죠."
20일 대구시 남구 봉덕2동 주민센터 앞 20㎡ 남짓한 조그마한 공간. 가을의 계절에 어울릴 듯한 노래인 '저 높은 곳을' '알 것 같아요' '숨어 우는 바람소리' 등 합창소리가 기타와 비슷한 음색과 함께 문밖으로 청량하게 흘러나왔다. 길 가던 행인들도 악기 소리에 홀려 걸음을 멈추고 건물 안쪽을 바라봤다. 광음크로마하프연주단(단장 이춘실)의 단원 8명이 흰 바지에 노란색 상의의 고운 단복을 입고 앙증맞게 생긴 크로마하프를 켜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들 실버 여성들은 크로마하프에 푹 빠져 매주 화요일 오후면 어김없이 이곳 연습실에 모여 함께 악기를 튕기고 있다.
"크로마하프는 아기를 안은 듯 악기를 가슴에 안고 연주해 여성들이 다루기 가장 알맞은 악기예요. 현은 36줄로 많지만 기타와 달리 한 줄만 짚어 음을 내므로 연주하기도 쉽고요. 크로마하프를 연주하면 긴장하며 자세를 곧추 세워야 하기 때문에 여성 요실금도 사라질 수 있답니다."
광음크로마하프연주단은 2008년 11월 이춘실 단장이 크로마하프를 좋아하는 여성을 모아 함께 연주하고 음악봉사를 하기 위해 창단했다. 리더는 현성옥, 총무는 이승옥 씨가 맡고 단원으로 구영숙, 권남희, 배영선, 최성희, 정재춘 씨가 있다. 단원 평균 나이는 60대 중반. '왕 언니' 이춘실 단장이 71세로 나이가 가장 많고 연주단 리더인 현 씨가 54세로 가장 적다. 단원들은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합창단원까지 다양하고 크로마하프 경력 4, 5년에 아쟁, 클라리넷, 오카리나 등을 연주하는 다재다능 실력파 단원도 많다. 특히 단원들은 나이가 든 만큼 서로 배려하고 칭찬도 아끼지 않아 항상 웃음꽃이 피고 우애도 각별하다.
이들 연주단은 크로마하프 동호회지만 그늘진 이웃을 위한 음악봉사도 활발하다.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정기적으로 대구의료원 호스피스병동과 정신과병동을 방문해 3년째 환자들의 쾌유를 기원하는 음악선물을 전하고 있다.
"호스피스병동 환자들은 병실 침대에 누워서 음악을 감상하지만 노래와 연주가 끝날 때마다 큰 박수로 화답해요. 어떤 환자들은 감격해 눈물이 뺨으로 흘러내리기도 하죠. 이럴 땐 우리도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이 저절로 나지요."
정신과병동에 가면 환자 40~50명이 악기 연주에 맞춰 같이 손뼉치고 노래도 따라부르는 등 반응이 대단하고, 연주를 마치고 나오면 "다음에 꼭 올 거지요?"라며 아쉬워하는 환자들도 많다는 것. 연주단은 이달 21일 대구교도소에서 처음으로 수용자들에게 정신적 정화와 삶의 희망을 주기 위해 크로마하프 선율을 선사했다. 또 이들은 비정기적이지만 한 달에 2번 이상은 노인대학이나 요양원 등을 찾아 음악봉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
광음크로마하프연주단의 연중 최대 행사는 광음가족 음악회. 작년 10월 팔공산 파계사 앞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에서 제1회 가족음악회를 연 데 이어 올해도 다음 달 29일 같은 장소에서 단원과 단원가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크로마하프 연주와 색소폰, 오카리나, 드럼 등 다양한 악기로 음악잔치를 열 계획이다. 단원들의 친목과 연주실력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세미나도 열고 올해는 8월에 1박 2일로 부산 해운대에서 제2회 세미나를 가졌다.
이 단장은 단원들에 대한 애정도 살갑다. 이곳 음악연습실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형편이 되는 대로 좁은 연습실을 확장해 단원들이 마음 놓고 연주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이 단장은 개인적으로 황금복지관 주간보호소에서 2년째 레크리에이션과 음악봉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
'진정한 행복이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도덕법률에 근거를 두고 개인의 준칙을 세워 착실히 살아갈 때 따라오는 결과물이 행복이어야 한다.' 이는 철학자 칸트가 말한 진정한 행복담론이다. 광음크로마하프연주단도 이런 행복담론의 선상에서 활동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 단장은 소박한 행복론을 전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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