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갈마당 여전히 '性업중'…8시→12시 시간 늦춰

성매매 특별법 시행 7년…자갈마당은 지금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에 성매매 업소가 밀집돼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23일로 7년이 된다. 2004년 9월 이후 대대적인 단속으로 상당 수 업소가 문을 닫았던 대구의 대표적인 홍등가(紅燈街), 중구 도원동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은 7년이 흐른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20일 오후 8시쯤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 해만 떨어지면 성업했던 수십 곳 업소 대부분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거리는 한산했고 오가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시곗바늘이 오후 11시를 가리키자 업소들의 유리문이 하나 둘 붉은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어 20여 명의 호객꾼이 나와 각 업소 앞에 자리를 잡은 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호객꾼들은 성매매 여성이 아닌 중년 여성들. 자정을 넘어서자 골목은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수십 곳의 업소에서 일제히 붉은 빛이 켜졌다.

호객꾼들은 이 곳 영업 방식이 성매매 단속 이후 바뀌었다고 했다. 한 호객꾼은 "예전엔 해만 떨어지면 업소 대부분이 문을 열었지만 지금은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자정쯤 문을 여는 업소가 많다"며 "요즘은 손님들도 우리 사정을 알고 자정을 넘겨서야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업소 안이 환하게 들여다보이는 투명 창 뒤로 손님들을 유혹했던 여성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 업주는 "단속 때문에 아가씨들을 노출할 수가 없다. 전부 방에 들어가 있다가 손님이 오면 맞이한다"며 "최근엔 골목 뒷쪽에 있는 원룸에서 영업하는 업소도 생겼다. 아가씨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채 건물에 숨어서 영업하기 때문에 단속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성매매 단속 철퇴를 맞았던 2004년 62곳이었던 업소 수가 현재는 49곳이 영업 중이다. 500여 명이 넘던 종사자 수는 240여 명 정도로 줄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했다. 한 업소 관계자는 "경찰의 집중 단속 탓에 한 때는 종사자 수가 100명 아래로 줄어든 때도 있었다. 조금씩 다시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현재 대구시는 올해 3억3천1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성매매 피해자들에게 쉼터 지원, 의료, 법률 지원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성매매 집결지를 나온 여성들을 위한 지원이어서 대다수의 성매매 여성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여성인권센터 정박은자 팀장은 "집결지를 탈출한 여성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집결지에 머물고 있는 많은 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되고 있다. 때문에 이 곳의 불법적인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단속보다는 이곳 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북대 김영화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성매매 집결지를 무작정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그곳에 머무는 여성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주거, 직장 대책 등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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