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고위 공직자들의 전관예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익히 알고 있듯이 법조계는 전관 출신의 싹쓸이 현상이 벌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퇴직 후 부처와 관련된 업체나 협회에 취업한 공직자들은 주변에서 허다하게 볼 수 있다.
그간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 정도라고 치부했지만 최근 저축은행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전관예우의 폐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부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가 발표한 공직자 전관예우 근절방안을 보면, 사전취업제한의 사각지대였던 로펌을 심사대상에 포함시켰고, 경력세탁 금지기간을 퇴직 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한편 공직자윤리심사위원 기능도 대폭 보강했다. 그동안은 퇴직 전 업무와 연관성 있는 일을 못하도록 하는 차원의 '사전 취업제한'이 전부였다면, 이번 개선안은 여기에 더해 취업 이후 부적절한 행위를 막고 부적절한 행위 시 처벌을 받도록 하는 '사후 행위제한'을 두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시민사회의 숙원이던 행위제한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은 용기 있는 시도임에 분명하며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행위제한에 대한 형사 처벌조항이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 규제가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이 민간인이기 때문에 따로 징계를 할 수도 없고, 그나마 처벌은 1천만원 과태료인데 몇 십억 연봉자들에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더해 현직자에 대한 규제와 보고, 처벌이 없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반쪽자리 대책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퇴직한 선배 공직자들에게서 부당한 청탁이나 알선이 들어올 경우 신고하거나 보고하도록 의무를 두는 것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핵심이라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일각에서는 과거 퇴직한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법안의 액면으로만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개혁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는 언제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전관예우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이 사회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은 곧 이를 규제한다는 사회적 합의까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제도 도입을 목전에 두고 형평성을 꺼내드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단, 염려되는 건 이번에도 도중에 무산되지는 않나 하는 걱정이다. 3년 전에도 개선안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입법예고까지 한 단계에서 부처 반발에 막혀 중단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뿐 아니라 국회에도 현재 14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을 정도로 전관예우 근절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개혁의 길이라면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전관예우는 한 개인의 어떤 문제가 아닌 오랫동안 행정기관의 관행으로 굳어져 온 악습이다.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해서 국민에게 정신적, 물적 피해를 입히고 나아가 사회통합을 저해하며 국가경쟁력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공공 부문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킬 뿐 아니라 공정한 법 집행이나 감독을 무력화하고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관예우 문제는 단순히 퇴직공직자들이 과다한 혜택을 누리는 걸 막자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 행정과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성을 해치는 것들을 막기 위함으로 보는 게 옳다.
(구미 탑정형외과연합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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