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빛 속도를 잰 아르망 피조

하늘을 보자. 목하 보이는 태양은 8분20초 전의 모습이다. 달은 1.2초 전의 모습이며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시리우스도 8.7년 전 출발한 빛이다. 빛 속도(光速)의 유한성 때문에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과거'다. 광속 측정을 첫 시도한 이는 갈릴레오다. 그러나 몇km 떨어져 마주한 등불을 여닫는 방법을 썼기에 정확하지 않았다. 실험 후 갈릴레오의 결론. "빛은 아주 빠르다!"

광속 측정사에 이정표를 세운 사람은 프랑스 물리학자 아르망 이폴리트 피조(1819~1896)다. 1819년 오늘 태어난 그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톱니바퀴살 사이를 통과한 빛이 8.9km 떨어진 거울에 반사돼 돌아오는 동안 돌아간 톱니바퀴살 개수를 세는 방법을 썼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방법이었으며 초당 31만3천km라는 측정값을 도출했다. 실제 빛 속도(초당 29만9천792km)와 몇%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값이다. 빛은 입자이면서도 파동인 미스터리한 존재다. 피조는 빛의 전파에 에테르라는 매질이 필요하다고 믿었고 이를 찾는 데 평생을 바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그의 연구는 20세기 초 에테르 이론 폐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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