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오산 일대 '멧돼지 주의보'…마땅한 해결책 없어 고심

도심 출몰 잦아 안전위협…희귀식물 먹거나 훼손도

구미 형곡동에 사는 주부 김모(47) 씨는 최근 야간에 금오산 순환도로를 산책하다가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 일가족의 갑작스런 출몰에 화들짝 놀랐다. 120㎏이 넘는 어미 멧돼지와 새끼 멧돼지 4마리가 어둠을 틈타 도로로 뛰어든 것.

놀라 넘어지면서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지만 놀란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금오산 일대에 서식하는 멧돼지들이 도심에 자주 나타나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이들 멧돼지는 금오산 도립공원 내에 있는 경상북도환경연수원에도 잇따라 나타나 희귀식물들을 먹거나 짓밟아 훼손시키고 있어 관계자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북도환경연수원에는 도민들의 환경교육을 위해 토속 식물원을 비롯한 수생'약용 식물원 등을 조성해 수백 종의 식물을 키우고 있다.

그렇지만 금오산에 서식하는 멧돼지들이 툭하면 내려와 애써 심어놓은 희귀식물들의 모종을 파먹거나 짓밟아 망쳐놓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지난해까지는 고라니들이 자주 출몰하면서 식물들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애써 가꾼 화초들이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낭패를 보기도 했다.

경북도환경연수원은 멧돼지와 고라니 등의 침입을 막기 위해 목책을 설치하고, 멧돼지가 싫어하는 산마늘 등을 경계지에 심고 호랑이 똥도 구해서 뿌려 놓았지만 일시적인 효과만 나타날 뿐 속수무책이다.

또 멧돼지를 포획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금오산이 도립공원인 탓에 각종 규제가 많아 그마저도 어려워 대책 마련에 그저 골머리만 앓고 있다.

경북도환경연수원 정근재 운영부장은 "멧돼지들은 뿌리가 있는 구근류 식물들을 집중적으로 파먹어 아예 식물을 재배할 수 없을 정도로 식물원을 망쳐 놓는다"면서 "멧돼지 퇴치에 효과적인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아직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해 내년에는 아예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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