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인생 2막, 실버들 그윽한 묵향에 빠지다

우체국에서 열린 '정우연서회(情友硏書會) 서예전'

'매일생한 불매향'(梅一生寒 不賣香'매화는 일생 추워도 그 향을 팔지 않는다).

대구 수성 우체국 1층 넓은 창구 로비에는 은은한 묵향이 가득하다. 이달 20일부터 23일까지 '정우연서 회원 서예전'이 열리고 있어 우체국을 찾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아울러 '무료 가훈 써주기 행사'(사진)도 함께 펼쳐져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직 우체국 공무원들로 구성된 정우연서회(회장 한덕희)는 2004년 4월 1일 16명이 뜻을 모아 대구우체국 5층 회의실을 빌려 문을 열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지만 매주 화'목요일에 정기적으로 모여 7년 넘도록 붓글씨 연습에 매진해왔다.

한덕희(80) 회장은 "서예를 하게 되면 집중력이 향상되어 퇴직 후에 찾아오는 무력감, 허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 때 붓을 들고 한 점, 한 획 써 내려가면 잡념도 사라지고 마음도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간의 노력에 힘입어 회원 2명이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하여 추천작가, 초대작가로 인증받았고 5체상'3체상이나 특선 등에 다수회원이 입상하는 성과도 얻었다. 이번 전시회는 서예교실 개설 이후 처음 여는 행사로서 공모전에서 입상한 회원들의 작품 53점을 선보이고 있다.

한 회장은 조선 중기 학자 신흠의 수필집 야언(野言)에 나오는 한시'梅一生寒 不賣香'을 출품했고, 신윤이(70) 회원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내거는 등 마음에 오래 기억될 만한 문자향(文字香)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우체국 방문객을 대상으로 벌인 '가훈 써주기 행사'에는 하루 5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글'사진 김성한 시민기자 shk4275@hanmail.net

멘토:이종민 기자 chunghama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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