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변호사는 고객 도우는 게 최우선"…김동건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바른'은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잘나가는' 법무법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법무부 차관을 지낸 정동기 전 민정수석과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 등은 물론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한 '재조 변호사'들이 수두룩하다.

이번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법무법인 바른은 2007년부터 올 6월까지 국내 10대 로펌 중 형사공판 수임건수가 가장 많은 곳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바른은 2007년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 씨를 변호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09년 미디어법 강행처리와 관련, 야당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소송에서도 국회 측 변론을 맡았다.

최근에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으로부터 후보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명기 교수 변론을 맡으면서 다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정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바른이 어떻게 반대 진영에 있는 박 교수 사건을 수임하게 됐는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2005년 변호사 20여 명의 꼬마 로펌이었지만 2011년 9월 140명의 변호사를 거느린 대형 로펌으로 고속성장했다. 그 중심에 서울고법원장을 지낸 김동건(65) 대표변호사가 있다. 김 대표는 대표변호사로 취임하자 경영수완을 발휘, 송무는 물론이고 기업자문 등으로 업무영역을 확장시키면서 단기간에 대형 로펌으로 성장시켜 바른을 한국의 대표 로펌으로 만들었다. 사법부에 있을 때 그는 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조사국장 등을 역임하면서 경영마인드를 갖춘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바른은 국내 로펌 중에서 처음으로 한글 이름을 가졌고 또 이번에 사옥을 매입, 오피스를 갖고 있는 최초의 로펌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10월 입주하는 빌딩에서는 소속 변호사 1인당 현재의 4.2평보다 훨씬 좁은 2.5평의 공간을 제공한다. 공간을 줄인 것은 250명 정도로 소속 변호사를 늘리겠다는 계획과 경영혁신 구상의 일환이라고 김 대표는 밝혔다.

국내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공채를 통해 미리 26명을 뽑았다. 적지않은 규모다. 김 대표는 채용 전 호남과 충청, 경북 출신을 반드시 1명 이상 뽑도록 지침을 내렸다. 지방 로스쿨에 대한 배려였다. 경북대 로스쿨 졸업생이 1명 뽑힌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공채를 한 것은 "10~20년 후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전체 변호사의 70~80%를 장악하게 되는데 첫 로스쿨 졸업생들부터 배려하는 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법무법인 바른이 고속성장한 이유가 궁금했다. 김 대표는 "변호사의 변론에는 이념이 없다"며 "(바른이) 송무에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사건이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할 때는 돈이 보였지만 5, 6년 지나고 보니 클라이언트(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게 됐다"고도 말했다.

정부와 여당 사건 외에도 법무법인 바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운 강금원 전 창신섬유 대표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 사건도 맡았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부탁한 양천구청장 사건과 수원시장과 화성시장 변론도 바른이 맡았다. 변론에는 이념이 없다는 그의 지론처럼 여야 가리지 않고 사건이 몰리고 있는 셈이다.

판사 시절 그는 사형선고를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1991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으로 사형이 구형된 박노해 시인에게 무기징역 선고를 내린 것도 그로서는 잊을 수 없는 재판이었다. 8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박 시인이 출옥 후 밥을 사달라며 연락해 온 후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 인연은 박 시인이 주도하고 있는 '나눔문화운동'의 상임고문을 맡으면서 계속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독실한 불자인 김 대표는 '참여불교재가연대 대표'도 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은 1970년대 테니스를 함께하면서 맺어진 것이라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영남대 재단이사장을 역임하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도 깊숙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됐다. 김황식 총리와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과는 법원행정처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모교인 의성 안계중고등학교 총동창회장과 더불어 올해부터 재경 의성향우회장을 맡고 있다.

의성에서 구천초교, 안계중을 졸업하고 경대사대부고,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그는 지금도 오지로 꼽히는 의성군 구천면이 고향이다.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면 경계를 넘어선 그는 고등학교를 가면서 의성군을 벗어났고 드디어 한국의 대표 로펌을 경영하고 있다. 모교인 안계중학교 출신 첫 서울대 입학생이자 첫 고시합격생이라는 기록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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