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법지입 관광버스는 '어린이 학원 투어 中'

보육시설과 학원에서 운행하는 차량 대부분이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았고, 학교나 대형학원의 전세버스도 불법 지입차량이 절대다수여서 차량 관리나 사고 시 피해 보상 등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육시설과 학원에서 운행하는 차량 대부분이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았고, 학교나 대형학원의 전세버스도 불법 지입차량이 절대다수여서 차량 관리나 사고 시 피해 보상 등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육시설과 학원, 학교 등에서 운행하는 통학 차량이 교통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아이들을 실어나르는 차량이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은 자가용 승합차가 대부분인데다 학교나 대형학원 등에서 운영하는 전세버스도 불법 지입차량이 절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불법 자가용 운행 판친다

대구시내 보육시설과 학원 등에서 운행하는 통학차량 대부분은 어린이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은 미신고 차량이다. 어린이 통학버스는 규격에 맞는 좌석 크기와 앞뒤 좌석거리를 갖춰야 한다. 승강구 발판 높이도 30㎝ 이하로 규정돼 있다. 안전띠도 어린이 신체구조에 적합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안전규정 외에도 통학차량은 반드시 직영으로 운행토록돼 있다. 그러나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차량으로 신고, 등록된 차량은 보육시설 732대, 유치원 59대, 학원 81대, 초등'특수학교 41대 등 913대에 불과하다. 대구시내 영유아 보육시설과 유치원이 각각 2천247곳, 재원 아동 수가 8만9천335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70% 이상이 안전장치가 없는 자가용 승합차나 불법 지입 차량으로 아이들을 실어나르는 셈이다.

미등록 차량의 경우, 종합보험이나 유상운송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고 시 보상이 까다롭다. 또 지입 차량주는 여러 학원과 계약해 하루에 '몇 탕'씩 뛰기 때문에 안전을 제대로 챙기기 힘들다는 게 학원 관계자들이 얘기다.

그러나 일반 승합차에 안전장치를 설치하려면 수백만원이 들고, 유상운송특약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가 1.5배 이상 비싸 등록을 꺼린다는 것.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김모(34'여'대구 동구) 씨는 "원생 수가 20명이 채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고가의 전용차량을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사고가 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털어놨다.

◆통학버스 대부분도 불법

대형학원이나 학교 통학버스는 불법 지입차량이 점령하고 있다. 대구 전세버스사업자조합에 따르면 대구시내 전세버스업체는 46곳으로 전세버스 1천700여 대가 운행 중이다. 이 가운데 학교나 학원 통학용으로 사용하는 45인승 미만 중형버스는 900여 대에 이른다. 통학버스는 학원이나 학교에서 직영하거나 전세버스 업체의 직영버스와 노선 운행 계약을 맺고 운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지입차량 기사들은 "전세버스 중 90% 이상이 직영이 아닌 불법 지입 차량"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류상으로는 업체 직원이지만 버스 명의만 업체로 돼 있을 뿐 개인이 돈을 들여 버스를 사고, 매달 지입료와 노선 소개비를 회사에 낸다는 것. 또 주유부터 차량 정비, 보험료 납부 등은 모두 개인차주가 부담한다.

전세버스 140여 대를 운행하는 한 업체에서 일하는 이민철(61'가명) 씨는 "근로복지공단에는 월 85만9천원을 받는 직원으로 신고돼 있지만 회사에서 부담해야 할 4대 보험료까지 모두 내가 낸다. 월 230만원을 받아 유류비 75만원과 지입금 23만원, 4대 보험료 15만8천원, 안전도우미 임금까지 모두 부담했고, 운행 노선을 알선해 줄 때마다 자릿세 명목으로 70만~100만원도 회사에 건넸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개인차주가 모든 부담을 떠안다 보니 차량 관리가 허술할 수밖에 없고, 사고가 났을 때 피해보상도 법인이 아닌 차주가 혼자 떠맡게 돼 있어 제대로 된 보상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정당국은 '관행'을 이유로 아예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불법 지입 차량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수년간 대구시의 단속 건수는 전무한 형편.

대구시 관계자는 "전세버스 지입은 사업면허 취소 대상이긴 하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일일이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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