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가락으로 변신한 발가락…대구 W병원, 발가락 이식 성공

손가락 절단 30대에 발가락 3개 손가락으로 수술 기능 되찾게 해

사고로 오른쪽 손가락을 모두 잃은 환자가 대구 더블유병원에서 자신의 발가락 3개를 떼 내 붙이는 수술을 받아 손의 모습과 기능을 되찾게 됐다.
사고로 오른쪽 손가락을 모두 잃은 환자가 대구 더블유병원에서 자신의 발가락 3개를 떼 내 붙이는 수술을 받아 손의 모습과 기능을 되찾게 됐다.

공장에서 일하던 중 사고로 오른쪽 손가락 5개를 모두 잃은 30대 남성이 자신의 발가락 3개를 손가락으로 옮겨 붙이는 수술을 받아 오른손 기능을 되찾게 됐다. 이 같은 고난이도 수술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안동에 있는 맨홀 생산공장에서 일하던 우모(38) 씨는 2t 무게의 맨홀이 떨어지면서 오른쪽 손가락을 다쳤다. 병원으로 응급 이송됐지만 이미 손가락 5개 모두 짓이겨져 거의 떨어졌고, 접합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대구 더블유병원으로 옮겨진 우 씨는 즉시 손상이 심한 오른쪽 손가락 5개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손가락이 없다면 오른손은 아예 쓸 수 없다는 뜻. 우 씨는 병원 측에 "최소한 물건이라도 집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블유병원 우상현 원장은 고민했다. 결국 환자의 발가락을 잘라내 손가락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 우 원장은 "발가락을 이용한 손가락 재건술은 미세재건수술 분야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술로, 실패할 경우 발가락 희생만 초래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수술례가 많지 않다"며 "더구나 발가락 3개를 옮겨 손 기능을 회복하는 수술은 세계적으로 희귀하다"고 밝혔다.

우 원장은 '엄지발가락을 이용한 엄지손가락 재건술'에 있어 세계적 대가로 통한다. 미국에서 펴낸 관련 수부외과 교과서 중 '엄지손가락 재건술' 분야를 집필한 것도 바로 우 원장이었다. 하지만 발가락 3개를 떼내 붙이는 수술은 쉽지 않았다.

4월 19일 왼쪽 엄지발가락을 떼 내 오른손 엄지를 만드는 '족지 전이술'을 했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5개월이 지나 다시 오른쪽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을 떼 내 오른쪽 검지와 중지를 만드는 수술을 해냈다.

우상현 원장은 "수술 후 옮겨간 엄지발가락은 기능적인 면에서 운동과 감각이 뛰어나고 미용면에서도 탁월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의 위축이 진행돼 원래 엄지손가락인지 발가락인지 잘 구분이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손가락 기능 중 절반을 차지하는 엄지와 20~30%를 차지하는 검지가 생긴 만큼 웬만한 손의 기능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수술 경과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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