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택시업계 회생방안 '3,200대 감차' 논란

고사 위기에 처한 대구 택시업계의 회생 방안을 두고 대구시와 택시업계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용역결과, 3천 대가 넘는 택시를 줄여야 적정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감차 방안에 대해 시각 차가 크기 때문. 업계는 적정한 보상을 통한 감차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천문학적인 예산 규모를 들어 '국비 지원이 없으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구 택시 3천 대 줄여야

택시 업계는 올 들어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택시 승객은 해마다 줄어드는 반면 연료값은 치솟고 있기 때문.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LPG 가격은 1천80.9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25.55원에 비해 155.38원이 올랐다. 반면 대구시내 택시 실차율(손님을 태우고 이동하는 비율)은 법인택시의 경우 44.10%, 개인택시는 49.97% 수준에 그친다. 국토해양부는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의 경우 실차율이 55%는 돼야 적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올 들어 택시업체 3곳이 문을 닫았다.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박모(55) 씨는 "하루 12시간씩 중노동을 해도 월 100만원을 손에 쥐기 힘들다"며 "예전에도 어려울 때가 있었지만 요즘처럼 심하지는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시는 올해 택시의 적정 공급량을 산정하는 '택시공급 중기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을 실시하고, 택시 3천208대가 과잉 공급돼 있어 감차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대구시내에는 개인택시 1만99대, 법인 6천967대 등 1만7천66대가 운행 중이다. 시는 다음 달쯤 택시총량제 심의위원회를 열고 택시 공급 규모 산정에 대한 적합성을 심의한 뒤 기본계획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돈'이다. 택시 업계는 적정 보상을 통해 감차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강원도 춘천시의 경우 대당 2천700만원씩 모두 8억1천만원을 들여 30대를 줄였고, 전남 영광군은 2억원, 제주시는 12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개인택시의 경우 시중 거래가가 4천500만~5천만원에 이르고 법인택시도 1천만~1천500만 원이나 된다. 시는 택시 3천200대를 감차하려면 1천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의 재정 상태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시 관계자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감차 보상금 일부를 국비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토해양부가 감차 보상대상과 보상금 산정방법 등을 정하는데 미온적이어서 보상시기를 기약하기 힘들다"며 "또 개인사업자를 세금을 들여 지원하는 데 대한 따가운 여론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CNG 택시 도입 추진

택시업계는 감차할 예산이 없다면 면허를 일시적으로 조건부 반납하거나 연비가 높은 CNG(압축천연가스) 택시 개조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면허를 한시적으로 반납하되 택시 1대당 월 평균 수입금인 290만원의 10%인 29만원을 휴업손실로 보상해달라는 것. 택시 1천500대의 면허를 일시 반납할 경우 연간 52억2천만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시는 보상금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고 다른 업종과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구 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요구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집회나 항의농성, 운행 중단 등 물리적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는 LPG보다 연비가 좋고 환경 친화적인 CNG 택시 도입은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택시 1천 대를 LPG와 CNG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하겠다는 것. CNG 택시의 경우 연비가 ㎥당 10.2㎞로, ℓ당 6.0㎞인 LPG보다 35%가량 연비가 좋다. CNG의 경우 ㎥당 903원으로, ℓ당 859.64원(유가보조금 221.36원 포함)인 LPG보다 비싸지만 연비를 감안하면 월 평균 39만원(하루 250㎞ 주행할 경우)을 아낄 수 있다는 게 택시 업계의 주장이다.

문제는 차량 개조 비용이다. CNG 택시의 경우 감압장치와 엔진, 연료통 등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1대당 차량 개조비용이 480만원이나 든다, CNG충전소가 부족하다는 점도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대구의 경우 CNG충전소는 13곳이지만 승용차 전용 충전소는 4곳에 불과하고 대부분 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개조 비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큰 만큼 택시업계 경영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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