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외국 농산물 수입·판매가 농협이 할 일인가

농민의 이익 증대에 앞장서야 할 농협중앙회가 수입농산물을 대량 수입'유통시키는가 하면 수입 농산물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농협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농민은 이 같은 '반농민적' 작태를 보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농협인지 묻고 있다.

민주당 김우남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개 농협 공판장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2턴800억3천300만 원어치의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연도별로 보면 2006년 487억4천500만 원, 2007년 550억500만 원, 2008년 578억5천900만 원, 2009년 535억8천500만 원, 2010년 648억 3천900만 원 등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농협은 지난 2008년 외국 농산물 수입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모든 외국산 농축산물을 수입'판매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수입농산물의 상당수가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 송석훈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5년간 적발된 농협의 원산지 위반사항은 141건이나 됐다.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경우가 70건, 표시하지 않은 경우가 69건, 혼동우려가 있도록 표시한 경우가 2건이었다.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다. 이는 국내 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우리 농업 기반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우리 농업은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값싼 외국산 농산물의 대량 수입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우리 농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나서야 한다. 거기에 앞장서야 할 조직이 바로 농협이 아닌가. 국내 농산물의 판로를 확대하고, 좋은 품질로 싼 값에 공급해 국내산 농산물의 소비를 늘리는 것이 지금 농협에 주어진 책무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외국 농산물을 수입'판매하는 것은 이런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농협의 주인인 농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농협은 농민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지 오래다. 왜 그런 비판을 받는지 아는가. 바로 외국 농산물 수입, 판매같은 반농민적 행태 때문이다. 이제 농협은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이 무엇인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농협이 농민과 농업을 지켜주지 않으면 누가 지켜줄 것인가. 농민이 살아야 농협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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