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이 키워 나중에 더 많이 나누자고? 다 허튼 소리일 뿐"

복지, 어떻게 해야 하나…두 가지 이야기

김영화 경북대 교수
김영화 경북대 교수
김종인 전 청와대 수석
김종인 전 청와대 수석

복지 문제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논쟁이 한창이다.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가 급기야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고 무상급식을 지지하던 곽노현 교육감의 도덕성 문제가 정치적 과열 현상을 낳고 있다. 그러나 재원규모와 조달방안에서부터 대상자 선정과 지원방식에 이르기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지역에서 있었던 복지 이슈와 관련된 두 가지 주요 이슈를 소개한다.

◆김영화 경북대 교수 복지 아카데미 개설

21일부터 다섯 차례 경북대에서 복지아카데미를 개설한 김영화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복지논쟁은 공론화되기도 전에 과잉 정치화하고 이념적 대립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욱 염려가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과연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이며 이는 곧 세금 폭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맞는 논리인가. 보편적 복지는 사회주의적인 것이며, 선택적 복지는 자유민주주의적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정말 무상급식은 공짜 밥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복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나 연구,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가 대구경북여성사회교육원과 함께 시민'학생들을 대상으로 '복지에 대한 개념과 쟁점'을 주제로 복지 아카데미를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21일 시작된 아카데미는 내달 19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경북대 사회대 201호 강의실에서 5주간에 걸쳐 두 시간 동안 열린다. ▷복지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서부터 ▷성장과 복지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복지 포퓰리즘과 복지 피플리즘 ▷그룹 토론 및 발표 순으로 진행되며 복지와 관련된 키워드를 총망라했다.

21일 열린 제 1강에서는 담론 수준에 그쳤던 복지가 최근 정치화하고 있는 사회현상의 의미와 문제점을 짚어 수강생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28일 2강에서는 경제성장과 사회복지와의 상생관계를 살펴보고 복지의 제도적 장치(부의 재분배 기능)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3강에서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에 대한 개념과 득과 실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4강에서는 복지 포퓰리즘과 피플리즘의 대립관계에 대해 조명해보고 과연 복지에 대한 시민의 권리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한다. 마지막 강의에서는 전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심도있는 토론이 이어진다.

김 교수는 "복지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쟁점은 물론 기본 개념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복지국가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단순히 강의뿐 아니라 복지에 대해 수강생들과 진지한 토론도 함께 벌여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치가가 자신의 이권과 정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복지를 마음대로 색칠하고 이데올로기화하는 데서 벗어나 이제는 복지가 시민이 주도하는 담론으로서 건강하게 자리 잡으며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으로서의 구심점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김종인 전 청와대 수석 대구서 복지정책 역설

"복지제도는 경제적 생산의 범위 내에서 추진해야 하지만 사회 안정을 위해서 무리를 해서라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멘토로 알려진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22일 대구에서 우리사회의 사회갈등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상급식 등의 복지정책의 실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열린 제 11차 2'28민주포럼에서 한 말이다.

김 전 수석은 이번 대구 방문을 통해 "과거의 여론조사에서는 성장이 우선이었고 분배는 부차적이라고 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요즈음 여론조사에서는 분배가 성장보다 우선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복지는 하나의 시대정신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복지는 물러설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수석은 또 "요즘 진행되고 있는 '복지'를 둘러싼 논란은 잘못 진행되고 있다. 적극적으로 복지를 주장하면 진보라고 하고 복지에 대해 소극적이면 보수라고 한다. 그러나 복지는 진보 진영의 전유물도 아니고, 보수는 복지를 반드시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복지의 역사를 보면 그렇다"고 덧붙였다.

김 전 수석은 이어 "복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을 예로 드는데 왜 잘못된 나라만 예로 드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나라들이 잘못된 것은 복지 때문이 아니다. 이 나라들은 이자율이 낮은 상황에서 부동산투기, 주택 건설사업 등에 열을 올리다가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독일과 같이 복지를 잘하면서도 잘 사는 나라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복지를 반대하는 논리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전 수석은 "복지를 '지금 안 하면 나중에 더 잘할 수 있다'든지 '파이를 키운 후 나누는 것이 좋다'라는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파이가 커지면 경제세력이 커지고 일부 계층만 힘이 커질 뿐이다. 공생발전, 동반성장을 주장하면서 지방도시의 대형할인 마트 때문에 중소상인들이 몰락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고 반문했다.

또 '돈이 없다'는 말도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김 전 수석은 "우리는 국민소득 2만달러인데 복지 수준은 OECD 국가들 가운데서 꼴찌다. 복지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 세금이며 지출 구조를 잘 다듬어서 마련할 수 있다"며 "발상의 전환을 하면 길이 보인다. 주택, 도로 만드는 것은 웬만큼 했다. 이런 기능은 줄이고 복지는 강화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복지에 대한 한나라당 등 정치권의 적극적인 자세도 주문했다. 김 전 수석은 "쓸데 없는 색깔론 같은 정치논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민주주의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가 없으면 집권 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김 전 수석은 또 "우리나라는 양극화가 심하다. 중산층이 몰락하고 서민들과 함께 세력화를 하게 되면 우리 사회는 극도로 불안해 질 수 있다"며 "양극화는 정치적으로 긴박한 과제다. 이것을 그대로 두면 총선과 대선에서 폭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복지의 한계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수석은 "사회 안녕과 경제발전이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지속 불가능하다"며 "복지는 돈을 떠나서는 해결하지 못한다. 복지 공급은 생존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한다거나 중단하지 못한다. 따라서 복지와 경제발전을 상호발전시키며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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