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땅속의 역사 寶庫, 왕릉 속으로 떠나는 여행

아시아의 왕을 만나다/글 김선회/ 사진 김종택/천지인 펴냄

사진: 오키나와의 타마우돈 유적.
사진: 오키나와의 타마우돈 유적.

왕은 죽어서 무덤을 남긴다. 왕릉(王陵)을 살펴보는 일은 당시의 역사, 조경, 장례, 민속, 풍수문화, 즉 당대의 역사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대의 삶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사생관과 영혼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의 왕을 만나다'는 지은이가 중국, 일본, 베트남 3개국의 왕릉을 답사하고 정리한 책이다. 능을 통해 황제'왕의 업적과 과오는 물론 당시의 경제, 사회, 문화상을 비롯해 능 조성 과정과 숨겨진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중국편에서는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를 비롯해 거지에서 황제에까지 오른 명 태조 주원장,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나라의 영락제와 만력제, 대청제국의 기틀을 마련한 누르하치와 홍타이지, 청나라를 최강의 제국으로 만든 강희제와 건륭제, 아울러 청의 멸망을 재촉한 서태후의 능을 살펴본다.

베트남 편에서는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프랑스의 꼭두각시가 될 수밖에 없었던 베트남의 뜨득 황제와 카이딘 황제의 능을 둘러본다. 일본편에서는 류큐 왕국을 건설했던 쇼씨 왕조의 무덤인 타마우돈(玉陵)을 답사해 일본 본토와 전혀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류큐 왕국에 대해 새롭게 조명한다.

중국은 2010년 현재 총 40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만리장성, 이화원, 소림사를 비롯해 28개의 문화유산과 황룡풍경구, 구채구, 무릉원 등 8개의 자연유산, 그리고 태산, 황산 등 4개의 복합 유산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1985년부터 세계 문화'자연유산에 대한 보호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경제뿐 아니라 문화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이웃한 중국의 영향을 받은 한자문화권에 속하며 인도의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대조를 보인다. 올해 지정된 하노이 탕롱(Thang Long) 황궁 유적을 비롯해 총 6개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이 있다. 절경으로 유명한 하롱베이와 퐁냐-께방(Phong Nha-Ke Bang)국립공원 등 자연유산 2곳과 후에(Hue) 옛 수도 유적군, 호이안(Hoi An) 구 시가지, 미썬(My Son) 유적지 등 문화유산 4곳이 있다.

베트남 최후 왕조의 유산이 고스란히 담긴 후에(Hue)는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1802년부터 1945년까지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다. 이곳에는 13대에 걸친 황제들의 화려한 능과 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건축물은 대부분 중국과 프랑스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으나 제각기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며 역대 황제들의 성격과 취향, 생전의 권력, 내세관 등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일본은 현재 총 14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자연유산은 야쿠섬(屋久島'993), 시라카미 산지(白神山地'1993), 시레토코 국립공원(知床國立公園'2005) 등 3곳이며, 문화유산은 호류지(法隆寺)지역의 불교건조물(1993), 고도 교토(古都京都)의 문화재(1994) 등 11건이다.

지은이는 이 중에서 일본 오키나와 현에 위치한 타마우돈(玉陵)에 주목한다. 타마우돈은 역대 류큐 국왕의 유골을 안치한 왕릉이다. 중국과 베트남에 비해 조형적인 아름다움에서는 뒤처지지만 옛 일본의 왕국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류큐(琉球)는 현재 오키나와(沖繩)의 옛 지명이다. 12세기부터 몇 개의 집단이 세력을 다투다가 1429년 등장한 통일왕국으로 오키나와 중심지인 나하(那覇)의 동부에 있는 슈리(首里)를 도읍으로 삼았다.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해상로에 위치하여 무역으로 발전했고, 중국은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문화를 이뤘다. 그러나 약소국으로 오랫동안 중국에 조공을 바쳐야 했으며, 1609년에 일본 시마즈씨(島津氏)의 침입을 받은 후에는 그 지배 아래 놓였다. 이후 1879년에 다시 일본의 침략을 받아 450년 간의 왕조를 끝내고 오키나와 현이 됐다.

타마우돈을 비롯한 옛 류큐 국왕의 유적들은 2000년 '구수쿠 유적 및 류큐 왕국 유적'이라는 명칭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도읍이었던 슈리성 정전(首里城正殿)은 국왕이 업무를 보던 곳으로 중국과 일본의 양식이 공존하는 유적이며, 류큐 왕국의 독창적인 기법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유적으로 꼽힌다.

220쪽, 1만6천5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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