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우리들은 문득 아버지가 된다

우리들은 문득 아버지가 된다/이병동 지음/예담 펴냄

'내 나이 열 셋에 아버지와 이별했다. 그리고 마흔 두 살, 아이 아빠가 되었을 때 다시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의 일기장 속에서 30년 세월을 건너 뛴 젊은 아버지와 나는 마주 보았다.'

이제는 아버지가 된 지은이가 자신의 아버지가 생전에 썼던 일기장을 접하면서, 다시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실화다. 다섯 남매의 아버지, 아홉 식구의 가장으로 힘겨운 삶을 지탱했던 아버지는 30여년 전 젊은 모습으로, 이제 그 시절 아버지의 나이가 된 '아들'에게 왔다.

'일기장 속에는 두 명의 아버지가 있었다.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아버지와 전혀 알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었다. 빈틈없고 무섭고 엄하던 아버지는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나와 똑같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때로는 너무나 약한 아버지가 있었다. 나와 38년의 나이 차이가 있는데, 돌아가신지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데, 일기장 속의 아버지는 지금의 내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일기장에 자식의 학교생활과 비용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가방, 장화, 선화지, 건전지, 미술지, 운동화, 소풍준비, 물감, 숙제장 얼마 등…. 자식이 학급 회장에 당선된 것을 따로 기록해 자랑스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또 농사의 작황을 작물별로 기록하고, 기쁨과 아쉬움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평범한 아버지들이 그렇듯, 가족의 생계를 걱정했던 지은이의 아버지는 버거운 현실과 싸웠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 안간힘을 썼지만 이겨내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또 (아직은 어려서) 그 무거운 삶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에 대해, 누구도 모를 일기장에만 쓰고 있다. 279쪽, 1만3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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