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역에서는 '지연이자'라는 낯선 단어가 최대 이슈다. 대구 동구와 북구의 K2 공군기지 인근 주민들은 지연이자를 두고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언론들도 앞다퉈 지연이자에 대해 보도하고 있고, 법조계에서도 이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 대다수는 여전히 지연이자에 대해 생소하다는 반응이다. 논란이 되는 지연이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지연이자, 왜 논란 되나
이번에 논란이 된 지연이자는 2004년 K2 공군기지 인근에 사는 동구와 북구 주민들이 낸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문에서 처음 나왔다.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말과 올 6월 대구 북구와 동구 주민들이 낸 소음 피해 소송에서 각각 300억여원과 510억여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동시에 지연이자로 각각 200억여원(지급된 지연이자는 170억원)과 280억여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지연이자는 소송에서 1심 판결이 난 뒤 판결금액 지급이 미뤄질 때 이에 대한 이자를 말한다. 통상 연 5%의 지연이자를 매긴다. 하지만 항소와 상고가 계속되면 지연이자 비율도 늘어나 1심 이후부터는 20%의 높은 지연이자를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소송 모두 2008년쯤 1심 판결이 났다. 당시 즉각 배상금이 지급됐으면 지연이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3년여 동안 항소와 상고를 거치면서 지연이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연이자는 판결 원금에 대한 이자라는 측면에서 판결 원금을 받는 소송 의뢰인이 가져가는 것이 원래 법 취지다. 하지만 실제 계약은 달랐다. 동구의 경우 소송 의뢰인인 주민과 소송 대리인인 최종민 변호사가 맺은 계약서에 지연이자는 최 변호사가 모두 갖도록 한 것. 계약서를 맺었던 2004년 최 변호사와 주민 모두 지연이자가 이처럼 많을 줄 생각조차 못했고, 특히 주민들은 지연이자의 개념조차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승소한 뒤 지연이자가 280억원이 넘는다는 사실(본지 9월 6일 4면 보도)이 구체적으로 밝혀지면서 동구 주민들은 발칵 뒤집혔다. 주민들은 "계약서를 맺을 당시 지연이자에 대해 듣지 못했고, 개념도 몰랐다. 최 변호사가 독식하는 것은 도덕적,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최 변호사는 "계약서에 성공보수로 명시됐기 때문에 당연히 변호사 몫"이라고 맞섰다.
이런 와중에 북구에서도 지연이자 문제가 불거졌다. 애초 100억원가량으로 알려진 지연이자에 대해 소송 대리인과 주민 간 합의를 하며 원만하게 해결되는가 싶었지만 후에 170억원(전체 200억원 중 30억원은 아직 지급되지 않았음)이 넘는 지연이자(본지 9월 20일 4면 보도)를 소송 대리인이 챙긴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지연이자 논란 드문 사례
지연이자가 이처럼 논란이 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지연이자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 최근의 사례로 올 1월 서울중앙지법이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등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1974년) 피해자들이 낸 소송 판결에서 70억원의 지급하라고 판결한 적이 있었다. 이때 배상금 24억원에 지연이자가 46억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지연이자를 대폭 줄여 전체 판결금액을 30억여원으로 판결했다.
대구변협 김병익 변호사는 "그동안 소액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많지 않아서 지연이자가 크지 않았다"며 "이번처럼 지연이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전례가 없었던 탓에 지연이자 파문의 해결도 쉽지 않다. 주민들은 "지연이자 전액을 돌려받아야 한다"며 소송 방침을 밝혔지만 승소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법조계 인사는 "반드시 이길 수 있고, 소송 대리인의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한 반면 일부에서는 "계약서에 명시된 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협상을 하자는 여론도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연이자 중 과연 몇%를 돌려받아야 할지에 대한 주민들의 합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동구의 경우 이를 두고 주민 간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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