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예인 탈세 의혹 논란…탈세와 절세사이 오해와 진실?

최근 연예인들의 잇단 탈세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달 5일 방송인 강호동(41) 씨와 배우 김아중(29) 씨가 세무조사에서 탈세 혐의를 받아 거액의 세금을 추징받은 데 이어, 가수 인순이(54) 씨도 2008년 거액의 추징금을 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이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난데없이 '세금'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고의든 아니든 거액의 세금을 추징받은 것은 그만큼 누락하거나 과대 계상한 경비가 크지 않았겠냐는 비난론도 있는 반면, 세법에 무지한 개인이 지른 '실수'인데다 고의성이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마녀사냥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강호동 씨의 경우에는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이달 9일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하면서 더욱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건 초반에는 비난 여론이 우세했지만, 은퇴 기자회견 직후부터 동정론이 훨씬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정보, 왜 유출됐나?

이번 탈세 사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포인트 중 하나는 비밀로 유지되어야 할 개인의 세무정보가 왜 언론에 폭로됐나 하는 것이다. 특히 인순이 씨의 경우에는 3년이나 지난 일에 대한 정보가 유출돼 더욱 사태가 심각하다.

이 때문에 한국납세자연맹은 20일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하거나 유출한 국세청 소속 공무원 등 32명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이들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 및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기본법(제81조의 13)에는 납세자 권리보호 차원에서 "세무공무원은 과세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을 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강호동, 인순이 등 개인의 정보를 누설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의 비밀유지는 세무 관련 공무에 있어 기본이다. 대구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에 대해 언급하긴 힘들지만, 주변인이나 관련 업체 등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지 흘러나온 개인의 세무정보가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밝혀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체에 있어서도 관련 정황이나 주변인들을 통해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정도의 정보는 종종 흘러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얼마를 추징했다는 구체적인 정보까지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추징 내용은 절대 공개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국감 때 국회의원들의 자료 요청에 응하는 것조차도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굉장히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강호동 사건이 불거지고 난 이후에도 국세청은 "개인 과세 사안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법 해석의 차이?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세법이 불합리하거나 복잡한 경우도 상당히 많다"며 "법 해석상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한 개인을, 그것도 유명인을 죄인처럼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자면 연예인이 누군가와 식사를 했는데 그 비용을 공제 대상으로 여기는 데 있어 개인적인 식사자리인가, 아니면 사업상 필요했는가 여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탈세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인맥이 필요한 직업의 경우 자리 하나하나가 사업의 연장선이 될 수 있지만 세금을 거둬들여야 하는 국세청 입장에서는 가급적 사적인 자리로 몰아 공제 혜택을 축소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회장은 이런 사례도 들었다. 과거 국세청은 유권해석을 통해 연예인들의 전속계약금을 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봐 80%까지 공제를 해줬지만, 어느 시점부터 사업소득으로 봐서 공제 폭이 줄어들었다는 것. 국민들은 세법의 변화에 대해 무지할 수밖에 없고, 이런 유권해석의 변화를 미처 알지 못한 상당수 연예인들이 과소 납부한 전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2008년 국세청 세무조사 총 1만4천838건 중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한 경우'에 해당돼 검찰에 고발된 경우는 486건(3%)에 불과하다"며 "악의적이지 않은 절세와 세법의 흠결을 이용한 세금회피를 절세권(節稅權)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세금 전문가조차도 특정 경비가 업무 관련 경비인지, 업무 무관 경비인지 구별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진신고를 통해 세금을 잘못 신고하면 무조건 탈세범으로 모는 세무행정 풍토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탈세와 절세 사이, 경계는 분명하다.

하지만 세법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이들은 "어찌 됐든 탈세란 사실은 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구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절세는 세법의 허점이나 미비점 등을 이용하는 경우는 도의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는 있지만 세금을 추징할 수는 없다"며 "추징이 있었다는 것은 어쨌든 탈세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알았든 몰랐든 세법에 맞지 않는 위법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부양가족의 경우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와 부양을 하면서 부양가족 소득공제를 받는 것은 어찌보면 '절세'의 방편으로 볼 수 있겠지만, 함께 살지도 않으면서 서류상 허위로 함께 사는 것으로 기재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면 이것은 엄연한 불법이며 '탈세'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카드 사용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카드 대금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부모님께 자신 명의의 카드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절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자식 명의의 카드를 부모님이 사용하면서 카드대금은 부모님이 지불하는 경우에는 '탈세'의 범위에 해당된다는 것.

하지만 고의성의 경우에는 또 한 번 판단을 거쳐야 한다. 국세청이 세금추징을 했다고 해서 다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검찰에 고발할 경우에는 그 사유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 사기나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해 고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탈세를 행했을 경우 고발 대상이지만, 이 경우에는 명백하게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 것이다. 그는 "영세사업자가 100만원의 부가세에 대해 매출을 줄여 신고했다면 이런 경우까지 일일이 다 고발을 할 수 없다"며 "얼마나 지능적으로 탈세를 했느냐에 따라 법의 처분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탈세가 만연한 사회, 하지만!

이번 사건을 놓고 온라인과 SNS 등에서도 설전이 뜨겁다. 탈세가 만연한 우리나라에서 고의성이 명백히 드러난 잘못도 아닌데 너무 몰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는 옹호론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런 시민들의 옹호에는 '탈세 부추기는 사회'라는 우리나라의 현실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의도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고소득자들이 넘쳐나고, 세금 100% 다 내는 사람은 오히려 바보 취급 당할 정도인 것.

그렇다 보니 '유리지갑'이라고 불리는 월급쟁이들을 제외하고는 기업인들이나 자영업자 중에서 자신의 소득을 100% 성실히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자영업자들 역시도 '탈세는 아예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한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1) 씨는 "사실 엄연한 불법이긴 하지만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거래액을 축소하지 않고서는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자영업자는 일부 세금탈루를 통해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털어놨다.

직장인 김진형(35) 씨는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세법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세금을 조금 덜 신고해 추가로 더 납부해야 할 때도 있고, 더 많이 내서 돌려받기도 하지 않느냐"며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인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 것은 가혹하다"고 했다. 또 그는 "알려지고 안 알려지고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이들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탈세하는 기업인이나 전문직들은 그냥 두고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들만 궁지로 몰아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어쨌든 잘못을 저지른 것은 맞으며,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사는 연예인인 만큼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박진현(57) 씨는 "추징액이 수억원에 달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탈루 규모가 컸다는 이야긴데 어떻게 이것을 '실수'라고 해명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만큼 그에 대한 응당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