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보 31호 첨성대가 기울었다고?"…잇단 문의

문화재硏, '0.12∼1.18도 비스듬"…6·25때 기울었다는 설 유

경주 첨성대를 관람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운 첨성대를 보고 정말 기울었는지 아니면 착시현상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관광객들이 많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경주 첨성대를 관람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운 첨성대를 보고 정말 기울었는지 아니면 착시현상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관광객들이 많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첨성대가 원래 삐딱한가요? 언제부터 기울었나요?"

최근 수학여행철을 맞아 경주의 대표적인 유물 첨성대를 관람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운 첨성대를 보고 정말 기울었는지, 아니면 착시현상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관광객들이 많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국보 31호인 첨성대는 실제로 남측면에서 서로 1.18도, 동측면에서 북으로 0.12도 기울어져 전제 기단부 레벨 측정 결과 북측이 남측보다 131.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 문화재과 조창현 담당은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첨성대는 원래는 바로 서있었는데, 6'25전쟁 등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지반침하 등으로 인해 지금처럼 기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1950년대 첨성대 인근에는 큰 마을이 형성돼 있었으며 첨성대 바로 옆으로 도로가 나 있었다는 것. 6'25전쟁이 발발해 이 도로에 미군 탱크와 군용차량 등이 지나다니면서 첨성대가 기울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특히 경주는 6'25전쟁 당시 안강기계 전투 등 아군의 주요 방어선으로 이곳에 대포가 설치됐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으며, 1975년 인근의 안압지 발굴 당시 대포의 포신 받침대가 대량으로 나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 지반이 약하고, 과거 잦은 지진으로 인해 첨성대가 기울어졌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격동의 세월을 겪으면서도 오히려 이 정도의 기울기만 나타낸 것은 첨성대가 그만큼 견고하게 축조됐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경주 계림문화재연구원 남시진 원장은 "백제의 미륵사지와 황룡사터, 사천왕사터에서 알 수 있듯이 첨성대는 '판축'으로 기초를 다졌기 때문에 충격에 강하게 지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첨성대 하부를 파볼 수 없어서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시기의 탑과 건물은 판자 양쪽을 덧대 흙을 시루떡 다지듯이 편(片)으로 만들어 차곡차곡 쌓는 '판축방식'으로 기초를 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9년부터 1년간 '상시계측기'를 설치해 최종적으로 더 이상 기울지 않고 움직임이 없는 '거동 없음' 판정을 내렸다.

남 원장은 "일부에서는 첨성대를 들어올려 바로잡자는 의견이 있으나 이는 또 다른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며 "현재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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