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표정에서 온화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음악을 즐기기에 자연스레 표출되는 여유는 아닐까.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연주하지만 이들은 사제들이다. 50대 신부와 30대 젊은 신부들이 함께 있지만 음악이 있기에 껄끄러움은 전혀 없었다. 인터뷰 내내 서로 농담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제 밴드 '마음을 드높이'(sursum corda). 50대인 조성택 신부와 이성구 신부, 나경일 신부와 30대인 백승열 신부, 주요한 신부가 뭉쳤다. 여기에 조마리아(49'여) 수녀, 안문희(35·여·교사) 씨 등이 합세해 총 7명으로 구성된 7080 밴드다. 사제 밴드는 이들 외에도 지역에 2개 팀이 더 있지만 모두 젊은 사제들로 구성된 밴드다. 세대를 초월한 밴드는 '마음을 드높이'가 유일하다.
밴드 결성을 주도한 이는 조 신부다. 조 신부는 2004년쯤 베이스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악기 경험이 없던 조 신부는 뒤늦게 배운 베이스 기타의 재미에 푹 빠졌다. 매주 한 차례 신학생을 가르치는 강사로부터 개인 레슨을 받은 것이다. 조 신부는 "50세가 넘어 기타를 배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배우면서 힘들다는 것보다 즐겁다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력을 기른 조 신부는 우연히 노래를 좋아하는 신부들과 뭉쳐 재미삼아 공연을 펼쳤다. 성당성당 주임으로 있을 때인 2006년 신자들을 대상으로 콘서트를 연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신부들이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색다른 볼거리인데다 실력도 어느 아마추어 밴드 못지 않아 신자들 사이에 환호성도 터져나왔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신자들이 7080 곡들을 들으며 하나가 됐다. 그때 반응이 좋아 매년 한 차례 공연을 하기 시작했고, 2008년 비로소 마음 맞는 신부들과 사제 밴드 '마음을 드높이'를 결성, 대봉성당에서 첫 공식 공연을 열었다.
멤버끼리 나이 차가 꽤나 나지만 모두 친구처럼 편안한 분위기다. 백 신부는 "음악으로 이어지다 보니 하늘 같은 신부님들이 편하다"고 말했다. 백 신부와 주 신부는 신학생 때부터 음악동아리 생활을 하면서 밴드 활동을 해오던 터였다. 현재 젊은 신부들로 구성된 또 다른 밴드 '기쁨과 희망'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백 신부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만 연습하다 전에 몰랐던 7080 곡들을 연습하니까 나이 드신 분들도 좋아하고 노래방에 가게 되면 두려움이 없다"고 웃었다.
'마음을 드높이'는 매년 10월 말 정기공연을 펼친다. 다른 성당에서의 초청공연까지 합치면 1년에 5, 6차례 정도 공연을 한다. 공연을 위해 매주 한 차례 연습한다. 보컬이자 사회를 맡고 있는 이 신부는 "모두 바쁘다 보니 보통 밤 9시쯤에 모이는데 2시간 정도 연습에도 전혀 힘들지 않다. 연습 후에는 푸짐한 간식을 갖다 놓고 담소를 나눈다"고 했다.
'마음을 드높이'가 정기공연을 갖는 날이면 그날은 그 지역 축제가 된다. 공연을 무료로 할 뿐 아니라 막걸리와 닭튀김 등 다양한 간식거리를 신자들에게 제공하기 때문. 요즘은 입소문이 나 신자 외에 이웃 주민들도 여기저기서 찾아온다. 조 신부는 "방식은 다르지만 음악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은 똑같다. 공연을 통해 신자들이 삶의 피곤함을 잠시라도 잊고 실컷 웃는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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