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한 국내 금융 체질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때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어서다. 외국인 자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환율은 1천600원 선까지, 코스피는 1,200선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 디폴드 등 유로존의 해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먼 사태 재연되나
우선 외환시장 불안은 '리먼 사태'를 능가하고 있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환율 상승폭은 99.20원으로 리먼사태가 발생했던 2008년 9월 한 달간 상승폭인 118.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5영업일이 남아 월중 상승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다. 3년 전 상황을 고려하면 환율 상승은 지금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8월 이후 최근까지 코스피 하락폭은 475포인트(21.9%)다. 지난달 1일 2,172.31에서 이달 23일에는 1,697.44로 떨어졌다. 리먼 사태가 먼저 반영되기 시작한 2008년 5월 이후 하락폭인 502포인트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번 폭락장과 리먼 사태 당시를 비교하면 하락폭이나 하락률 모두 비슷하지만 기간 차이를 고려하면 이번 폭락장의 하락 속도가 훨씬 빠르다.
리먼 사태 때 502포인트 빠지는 데 4개월이 걸렸다면 이번에는 근접한 수준인 475포인트 밀리는 데 2개월이 안 걸린 때문이다.
폭락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외국인 매물에서 촉발됐다.
외국인은 2008년 6월 4조8천억원, 7월 4조9천억원, 8월에는 3조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리먼사태가 터진 9월에도 2조7천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올해 8월과 9월(23일 기준)에도 외국인은 각각 4조6천억원, 1조8천억원을 팔았다.
◆높아지는 금융시장 불안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3일 뉴욕시장에서 202bp(1bp=0.01%)로 프랑스의 197bp보다 5bp 높았다. 전날도 한국은 205bp로 프랑스의 202bp를 웃돌았다. 양국 간 프리미엄 역전 현상은 이달 들어 처음이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주식 총액은 338조원 정도. 비중으로 따지면 30.29%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때인 272조원(29.19%)보다 의존도가 높다. 여기에 채권시장 외국인 잔고는 86조5천637억원으로 2008년 54조3천350억원보다 50% 이상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 최대 383억달러가 급속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국내 금융시장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때문에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 해법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 등으로 촉발된 유로존 위기로 국내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농후한 때문이다.
한편, 글로벌 금융 위기 촉발지인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가 이번 주 분수령을 맞는다.
핀란드(28일), 독일(29일) 의회에서 유럽연합 구제금융 체계인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기능 확대 승인 여부를 표결하기 때문이다.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 7월 21일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그리스에 1천90억유로의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한편 재정 위기의 전이를 막기 위해 유통시장에서 국채 매입, 은행 자본재확충 지원, 예비적 신용공여 제공 등의 기능을 EFSF에 추가하기로 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은 수출 의존도나 자본 시장 개방도가 높아 국내 금융시장 불안감 해소는 결국 외부 변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 한국 금융시장 불안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