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구 지연이자 반환訴, 연합회 회장 長 맡으면 안해!

K2 공군기지 인근 동구 주민들이 지연이자 반환 소송 및 협상을 대비해 구성키로 한 가칭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참여 대상인 일부 주민들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출범 단계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소음 피해 소송의 주민 대표인 최종탁 전국군용비행장 피해주민연합회(이하 연합회) 회장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면서 박정우 부회장을 비대위원으로 추천했지만 본인이 고사했기 때문.

26일 동구청에 따르면 당초 비대위는 동구청 관계자, 동구의회 의원,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배상받은 주민, 약정서 서명날인한 주민 등 14명으로 구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약정서에 서명날인한 주민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아 26일 열기로 했던 첫 비대위 회의가 연기됐다.

동구청은 2004년 약정서에 서명날인했던 87명 중 1명을 비대위에 포함하기로 결정하면서 최종탁 연합회 회장이 아니라 박정우 연합회 부회장을 20일 추천했다. 연합회는 2004년부터 소음 피해 보상 소송을 주도해 왔고, 약정서에 서명날인한 87명을 사실상 대표하는 단체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최종탁 연합회장이 참여하는 것이 순리다. 최 회장과 함께 비대위에 들어갈 수는 있어도 혼자 비대위에 참여할 수는 없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또 "소송 대리인인 최종민 변호사와 한 번도 반환 협상을 하지 않은 채 소송부터 제기하면 만약 패소할 때 누가 책임지느냐"며 비대위가 소송에 무게를 두는 것에 반대했다.

하지만 동구청은 비대위원의 인원이 14명으로 제한된데다 최종탁 회장에 대해 일부 비대위원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적잖이 고민하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참여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지만 본인이 거부하는 바람에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이런 가운데 비대위 구성에 반대하는 연합회 측은 26일 대구 동구 반야월 안심체육공원에서 별도의 '지연이자 관련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주민 간 분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종탁 연합회장은 "2004년 소송을 제기할 때 통장들과 갖은 고생을 다해 소송을 제기했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결국 승리했다"며 "하지만 우리도 몰랐던 지연이자를 두고 당시 소송을 반대했던 일부 인사들이 연합회에 돌을 던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 측은 앞으로 동마다 주민설명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내달 6일쯤 K2 정문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에 대해 동구 주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지연이자를 반환받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연합회가 오히려 큰소리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소음 피해를 본 주민들의 몫인 지연이자를 강탈당하도록 내버려둔 사람들이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는 꼴에 어이가 없다. 사회 정의 차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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