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제도가 변화하면서 고교생들의 동아리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대학입학사정관전형 확대로 학생 잠재력을 평가하는 요소인 비교과활동 비중이 커짐에 따라 리더십과 소통 능력, 창의성과 인성 등을 보여줄 수 있는 동아리활동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동아리활동 자료는 입학사정관에게 제출할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현재 고교 1학년부터 적용되는 것도 동아리활동에 힘을 싣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자율활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이 필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동아리활동으로 나머지 세 활동을 엮어낼 수 있기 때문. 수년 전부터 활발한 동아리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로 포트폴리오를 채우고 있는 효성여고 과학탐구반 비너스(VENUS), 능인고 신문'편집부 포러스(FORUS)를 들여다봤다.
◆효성여고 과학탐구반 비너스
효성여고에는 두 가지 '비너스 신드롬'이 퍼져 있다. 하나는 효성여고 과학탐구동아리 '비너스'가 매년 발간하는 활동보고서 이름. 2007년 우상수 교사가 주도해 이 동아리를 만든 뒤 학교 상징인 샛별에서 명칭을 따 비너스로 이름붙였고 학생들은 스스로 정한 과학실험 과제와 결과를 비너스 신드롬에 담고 있다.
이 책자 뒷면에는 또 다른 비너스 신드롬에 대한 정의가 적혀 있다. 갓 고교에 입학한 17세 때 '비너스'인이 되고 나면 생기는 질환이라는 것. '점심시간 종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급식실로 달려가 식사를 한 다음 양치질을 하는 것도 잊은 채 별관 과학실로 달려가 실험에 빠져들게 된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다시 멀쩡한(?) 여고생으로 돌아간다. 졸업 후 자연 치유되지만 후유증은 남는다'는 설명이다.
"입학 전부터 각종 대회에서 상을 많이 받았다는 등 비너스에 대한 소문을 듣고 있었어요. 고교에 들어온 뒤 망설이지 않고 가입했죠." 건축가가 꿈인 하가영(3년) 양은 점심시간마다 과학실로 달려가 각종 실험도구를 만지는 재미에 푹 빠져 고교 3년 생활을 보냈다. 그 같은 열정 덕분에 7월 '제24회 대한민국 학생발명전시회'에 개폐식 방범새시를 출품, 은상(과학기술부장관상)을 받았다.
"비너스 활동 덕분에 즐겁고 보람찬 고교 생활을 보낸 것 같아요. 특히 대입 수시모집 지원용 학생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도 비너스 활동 이력은 큰 도움이 됐죠."
가영이뿐 아니라 비너스 회원들은 각종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만 해도 대구시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문경임(1년) 양이 동상, 대구시고등학교탐구실험대회에서 장지원, 신은지(이상 2년) 양이 동상을 받은 것. 대구시청소년과학탐구대회에서는 탐구토론 종목에 도전한 박소희, 신은지, 김세희(이상 2년) 양이 은상을 받았다.
장지원 양은 동아리 가입 후 수줍음 많고 내성적이던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처음엔 가장 먼저 점심을 먹는 고3 선배들 틈에 끼여 함께 밥을 먹는 것도 부담스럽고 눈치가 보였으나 이젠 자연스런 일상이 됐다. "얼른 밥을 챙겨먹어야 실험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나니까 어쩔 수 없죠. 각종 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부쩍 늘었어요."
현재 비너스 2학년 회원들은 가창 폐광산 오염 정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폐광산과 비슷한 조건을 만든 뒤 미나리가 오염 정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키워보고 있는 것. 1학년들이 진행 중인 연구 주제는 카페인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그 스승에 그 제자들인 걸까. 우상수 교사의 이력도 만만치 않다. 그는 제13회 전국교원발명품경진대회에서 발명진흥회장상을 탄 재주꾼. 우 교사는 동아리활동이 많은 매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동아리처럼 학생 스스로 주제를 찾고 연구하는 것이 바로 요즘 대학에서 수험생에게 요구하는 자기주도적학습 경험이죠. 아이들의 힘으로 가능할까 싶은 과제들도 척척 해내는 걸 보면 기특하고 든든합니다. 제가 학생들과 더욱 친해진 것도 동아리활동의 장점이에요."
◆능인고 신문'편집부 포러스
"취재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게 장점 아닐까요?"
능인고 신문'편집부 '포러스' 회원 21명 가운데 사진 담당인 박유건(3년) 군은 동아리활동 덕분에 알찬 고교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얘기했다. "방송부를 취재하면 방송, 밴드부를 취재하면 악기 연주를 경험해볼 수 있는 등 남들이 해보지 못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죠. 기사를 쓰면 우릴 지도하시는 민송기 선생님이 자꾸 다시 작성하라고 돌려주시는 통에 애를 먹은 적도 많지만요."
포러스는 '포어 어스'(FOR US)를 빨리 발음한 데서 나온 이름. 2007년 만들어져 5년째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엔 대구 10개 고교가 참가한 대구청소년언론동아리연합을 만드는 데 앞장서 대표 동아리가 됐고 유건이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름처럼 선'후배간 단단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동아리가 포러스다. 매년 한 차례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MT도 다녀온다. 그런데 MT 방식이 독특하다. MT 전 민 교사가 집결 장소와 시간을 정한 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공지하면 회원들이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여기에다 장소를 찾아가는 동안 만난 사람과의 인터뷰와 사진 촬영 등 민 교사가 내는 미션도 수행해야 한다.
이들의 주요 활동은 매년 한 차례씩 능인고 교지인 '보리수'와 학교신문 '능인'을 제작하는 것. 보리수 발간은 문예반의 명맥이 끊긴 뒤 이어받은 작업. 33호까지 펴냈고 내년 2월쯤 다음호를 낼 예정이다. 포러스 결성과 함께 창간된 능인은 A4 용지 크기에 20면을 제작, 학교 안팎 소식들을 담아내고 있다. 올해는 제2회 대구 고입 박람회(10월 8, 9일 대구 엑스코 3층 전시실)에 맞춰 3천 부를 발행할 계획이다.
안기표(3년) 군은 3년 동안 썼던 글 가운데 보리수 33호에 게재한 것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급식실에서 새치기를 하거나 괜히 후배와 몸을 부딪친 뒤 눈을 부라리는 등 선배들의 후배 기강 잡기를 희화화한 글이었다. "글을 읽은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뿌듯했습니다. 그동안 글 쓰는 솜씨도 꽤 늘어 대입 수시모집에 낼 자기소개서 쓰는 것도 수월했어요. 이런 것들이 포러스 활동의 매력 아닐까요?"
◆대구시교육청, 동아리활동 지원 강화
대구시교육청은 동아리활동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고 있다. 창의적체험활동이 교육과정에 본격 도입됨에 따라 동아리활동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를 줘 진로 설계뿐 아니라 대학 진학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초'중'고교 동아리 담당교사들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6월과 7월 연수를 진행했고 최근 창의적체험활동지원센터 홈페이지(crm.dge.go.kr)를 마련, 다양한 체험 장소는 물론 각 동아리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동아리활동 우수사례는 책자로 만들어 추가 보급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시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 김경숙 장학사는 "입학사정관전형 확대 추세 등 대입 제도가 변함에 따라 동아리활동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학생들의 여가 선용을 위해 학습 관련 동아리뿐 아니라 문화'예술'스포츠 동아리 개설과 지속적 활동을 지원할 방법도 찾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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