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48)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데뷔 첫해 화려한 헹가래를 받게 됐다. 매직넘버 1을 기록 중인 삼성이 27,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 지으면 그는 김응용(1983년 해태), 선동열(2005년 삼성) 감독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초보 감독으로 우승을 만끽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30일 삼성 특유의 공격야구 색깔을 찾으려는 구단의 방침에 따라 갑자기 사령탑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기대보다 우려가 컸지만 류 감독은 보란 듯 '호쾌한 공격야구'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구사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어냈다. 4월 2일 광주 개막전에서 채태인의 만루 홈런으로 처녀 출전에 첫 승리를 거머쥔 류 감독은 삼성에서만 선수, 코치로 활약한 경험을 살린 '소통의 야구'로 돌풍을 일으켰다.
후반기 들어 독주체제를 굳히는 등 큰 위기 없이 팀을 정상으로 이끄는 관록까지 보여준 류 감독은 부임 때 밝혔던 당찬 '우승' 약속을 지켰다.
삼성은 시즌 개막 전 지난 시즌과 별 달라진 것이 없는 전력 탓에 '4강 진입'이 힘들 것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류 감독은 '소통'이란 자신만의 지도력으로 팀 전력을 배가시켰다. 그는 현역 시절부터 코치를 거쳐 감독을 맡기까지 한팀에서 뛰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25년째 삼성의 파란 유니폼만을 입고 있는 그는 입단 후 10명의 감독을 모셨다. 최고의 타격 이론가 박영길'백인천, 최고의 투수 조련사 김성근'선동열, 최고의 승부사 김응용 등의 감독이 갖춘 장점을 두루 흡수했다. 이 덕분에 그는 여러 감독의 장점만을 조합한 '소통의 야구'를 펼 수 있었다.
류 감독은 "감독이라고 무게를 잡는 게 아니라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같이 어울리고 소통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며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최강의 전력을 만들어 내려 했다.
류 감독은 그라운드에 내보낸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해선 질책을 자제했다. 하지만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흐트러져 있을 땐 단호하게 호통쳤다. 주전들에겐 무한 신뢰를 보내면서 1.5군, 2군들에게도 기회를 줬다.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배영섭, 팬들을 매료시킨 모상기, 정형식 등은 류 감독을 통해 빛을 본 대표적 선수들이다.
번트를 자제하며 적극적인 플레이를 강조한 그의 스타일은 선수들의 숨은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팀 타율은 0.263으로 전체 6위에 불과하지만 득점은 591점으로 3위를 달렸다. 팀 도루는 148개로 2위 두산에 23개나 앞선 리그 1위다. 확실한 4번 타자가 된 최형우는 올 시즌 2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2007년 심정수 이후 끊긴 삼성의 홈런왕 계보 잇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부상을 떨쳐낸 오승환은 44세이브로 자신이 세운 아시아 신기록(47개)에 다가섰고, 윤성환은 2009년 공동다승왕 때 거둔 자신의 최다승(14승)에 1승만 남겨두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선수들의 장점을 융화시킨 결과는 올 시즌 37차례 역전승(1위)을 이끌어내며 삼성의 팀 컬러를 '포기하지 않는 야구'로 바꿔 놨다. 뒷심이 강해진 삼성은 팬들에게 끝까지 승리의 순간을 기대토록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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