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땅이 끝나야 바다가 시작된다" 땅끝에선 절경조차 가르침이네

전남 해남

한반도 최남단에 자리한 전남 해남.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강진과 함께 남도 답사 1번지로 꼽은 곳이다. 해마다 해남에는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다녀간다. 사람들이 먼길을 달려 해남으로 가는 까닭은 해남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 만큼 매력적인 고장이기 때문이다. 해남에는 크고작은 섬들이 연출하는 수려한 다도해 풍경을 비롯해 천년고찰 대흥사와 미황사, 고산 윤선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녹우단, 명랑대첩이 펼쳐진 울돌목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특히 해남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인 땅끝마을은 '끝'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묘하게 자극하는 곳이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국토의 끝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욕망을 좇아 해남을 다녀왔다.

◆땅끝마을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곳이다. 육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바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땅끝마을에서는 하루의 시작과 끝도 교차한다. 이 때문에 매년 12월이면 해넘이와 해맞이를 보기 위해 수만 명이 땅끝마을을 찾는다. 땅끝마을에 도착하면 국토의 끝을 알리는 땅끝마을비가 가장 먼저 관광객들을 반긴다. 땅끝마을비는 기념사진 명소다. 땅끝마을을 방문한 이방인이라면 누구나 땅끝마을비 옆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 땅끝마을비 옆에는 한반도 국토통일 기원비가 서 있다. 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는 '땅끝에서 서울까지 1천 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 2천 리로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부른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반도 국토통일 기원비에서는 해남에서 온성까지 한반도 삼천리 길을 순례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의 염원을 읽을 수 있다.

흔히 땅끝마을은 보는 여행지가 아니라 느끼는 여행지라고 말한다. 국토 최남단에서 선 느낌은 저마다 지고 있는 인생의 무게와 가슴속에 품은 희망에 따라 달라진다. 땅끝마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려면 땅끝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갈두산 사자봉 정상에 위치한 땅끝전망대는 2002년 세워졌다. 갈두산 정상을 향해 가파르게 걸려 있는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다도해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제주도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땅끝마을에서 제주도까지는 불과 60㎞ 거리다.

◆대흥사와 미황사

해남의 진산 두륜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대흥사는 해남을 대표하는 사찰로 신라 진흥왕 5년(544) 아도화상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흥사로 가는 길에는 멋진 숲이 펼쳐져 있다. 걷고 싶은 대흥사 숲길은 매표소(1인 3천원)에서 주차장을 지나 대흥사 입구까지 길게 이어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삼나무·동백나무·편백나무 등이 어우러져 깊은 터널을 이룬 숲길을 걸으면 속세에 찌든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아쉬운 점은 주차장에서 대흥사까지 차 없는 숲길로 지정되어 있지만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수시로 드나드는 차로 인해 고즈넉한 산책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는 숙박시설인 유선관이 자리 잡고 있다. 100년 된 전통가옥인 유선관은 영화 '서편제'가 촬영된 곳이다. 최근 1박2일에 등장하면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덩그렇게 서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부도전이다. 서산대사'초의선사 등 13명의 대종사와 13명의 대강사의 사리가 안치되어 있다. 해탈문을 지나 대흥사 경내로 들어서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두륜산 영봉 아래 한폭의 그림처럼 길게 늘어선 당우(堂宇)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찰을 감싼 두륜산 영봉들은 누워 있는 부처님을 닮았다. 그래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부처님을 향해 기원을 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대흥사는 지난한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사찰이다.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가 승군의 총본영으로 삼았던 곳이다. 서산대사를 모신 사당인 표충사가 대흥사 경내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5·18 민주항쟁 때에는 시민들이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부르짖던 곳이었다. 대흥사 여행에서 빼놓지 말고 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사찰에 걸린 편액들이다. 무량수각은 추사 김정희, 표충사는 정조대왕의 친필이다.

신라 경덕왕 8년(749) 의조가 창건한 미황사는 남도의 금강산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달마산 자락에 있다. 일주문을 지나 숲길을 올라가면 가파른 돌계단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미황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돌계단 아래서 미황사를 보면 마치 하늘에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다. 사찰은 아담하고 단정하다. 경내에 들어서면 병풍처럼 펼쳐진 달마산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대웅전(보물 제947호)과 응진당(보물 제1183호)·명부전·삼성각·달마전·세심당 등이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고 있다. 특이한 것은 대웅전에서 단청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단청을 했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그 빛이 바래 마치 단청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미황사는 조망이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응진당 앞에 서면 진도 앞바다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고산 윤선도 유적지

조선시대 문신이자 시조시인으로 이름을 드높인 윤선도(1587~1671)의 자취를 따라가는 것도 해남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고산 윤선도 유적지인 녹우단은 해남읍에서 대흥사로 가는 길에 있다. 공재 윤두서 자화상(국보 제240호)·해남윤씨가전고화첩(보물 제481호)'윤선도 종가문적(보물 제482호)·어부사시사 등 해남윤씨 어초은공파의 역사와 유물이 간직된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을 비롯해 해남윤씨 종가 녹우당·고산사당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또 녹우당 뒤편 덕음산 중턱에는 500여 년 된 비자나무 4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TIP: 윤선도의 유유자적한 삶이 서린 보길도는 해남에서 지척이다. 땅끝마을에서 보길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오전 6시 40분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여객선이 하루 17편 운항한다. 대구에서 땅끝마을 가는 길은 88고속도로~고서분기점 호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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