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특허소송절차와 대리인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핸드폰 특허소송이 9개 국에서 19건이 국제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이는 특허의 무효여부, 기술권리범위, 디자인,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 마케팅전략, 특허소송 등 IT분야의 국제소송대리인들이 벌이는 세계대전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특허소송에는 특허의 무효여부와 침해여부를 다투는 소송의 두 가지가 있다. 무효소송은 특허심판원, 특허법원, 대법원 경로로 다투고, 침해소송은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경로로 다투도록 이원화 되어 있다. 그래서 상대방 경로의 결과를 본 후에 사건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 예상 외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때로는 특허가 유효한 것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명하였으나, 그 특허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는 등 상반된 판결로 당사자가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유한 킴벌리의 기저귀 특허소송사건은 총 11년 8개월이 소요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특허소송사건의 관할집중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즉, 2심의 특허법원에서 침해소송도 처리하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원회에 제출되었으나, 1년 9개월째 잠자고 있다.

한편, 미국은 1982년부터 고등법원급의 연방항소법원(CAFC)이, 일본은 2005년부터 도쿄 지적재산고등재판소가, 영국은 1978년부터 특허법원이 무효와 침해사건을, 대만은 2008년부터 지혜재산고등법원이 각각 특허소송을 전속관할하고 있다. 외국의 입법례, 지식재산기본법의 취지, 소송경제 및 사건 당사자들의 애로 등을 고려하여, 적어도 특허소송의 2심은 무효소송만 취급하고 있는 특허법원에서 침해소송도 같이 취급하도록 관할을 집중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독 특허무효소송에서는 변호사나 변리사가 다 같이 대리하고 있으나, 침해소송에서만 변리사법에 명기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법원에 의하여 거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하여 변호사만으로 특허소송을 할 수 있으면 변호사만으로 진행하나, 기술소송에서 소송당사자가 원하면 변리사도 공동대리인으로 참여시키자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17대 국회로부터 7년째 잠자고 있다.

일본은 2001년에 사법제도개혁심의회에서 사건 당사자의 요구와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국가경쟁력을 고려하여 변리사도 변호사와 함께 특허소송을 대리하도록 정부에 건의하여 이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유럽 변호사는 한국에서 변호사가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있는 제도상 허점을 이용하여 한'EU FTA에 따라 한국 법률시장이 개방되는 것을 빌미로 한국 변리사도 대리할 수 없는 특허소송에서 유럽 변호사가 사실상 진출하는 현상을 막을 길이 없게 되는데 이는 자가당착이다. 미국과 중국은 변리사 단독으로, 일본은 변호사와 함께, 영국은 법원에 따라 변리사 단독으로 특허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입법례, 지식재산기본법의 취지, 국가경쟁력 제고, 573개 과학기술단체들의 염원, 민주당의 변리사법 개정안 찬성 및 사건당사자의 75%가 공동대리를 원하고 있는 갤럽여론조사 결과 등을 고려하여, 이제는 변호사만의 무리한 직역보호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현명한 결정을 할 시기가 도래하였다.

김명신(지식재산포럼 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