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영웅'인가 '독재자'인가, 나세르

지나치게 정치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10살 때부터 맹목적으로 시위대를 따라다녔다. 시위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냥 어른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는 것이 좋았다. 체포돼 투옥되기도 했다. 그는 "중학생 때 등교한 날이 45일뿐"이라고 회고했다. '범아랍주의' 주창자인 가말 압델 나세르(1918~1970)의 어린 시절이다.

사관학교에 진학하면서 잠시 정치에 대한 관심을 접었지만 초급장교 시절 정치 성향의 장교들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쿠데타는 필연이었다. 1952년 왕정 폐지와 외세로부터의 독립을 내걸고 '자유장교단'을 이끌고 정권을 잡았다. 한국의 쿠데타와 비슷한 과정이다.

그의 민족주의 성향은 1950, 60년대 제3세계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지만 국내 정책은 엉망이었다. 모든 기업을 국영화했지만 국민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빈곤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들은 그를 '대통령' 대신 '두목'으로 불렀다. 절대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1970년 오늘, 심장마비로 사망했지만 아랍세계의 '영웅'으로 남았다. 서방 세계는 자신의 이익을 훼손한 탓인지 '독재자'로 칭한다. 어느 명칭이 옳은지 명확하지 않은가.

박병선(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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