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불신의 검찰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등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하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어제 공개한 '검찰의 신뢰 저하 원인 분석을 위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나온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대체적 평가다. 보고서는 법무부가 지난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만든 것으로 일반 시민 검찰 공무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와 변호사 법학교수 등 전문가 심층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민들은 조사에서 검찰의 가장 큰 문제로 정치권 눈치 보기 수사와 유전무죄, 유권무죄식 수사를 지목했다.

일반인들은 먼저 권력과 돈, 피의자의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불평등한 수사로 검찰이 공정성을 잃었다고 꼽았다. 편파 수사와 국민의 정의나 상식에 상반된 수사 결과도 뒤를 이었다. 사회 정의의 파수꾼으로 일컬어지던 검찰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적어지고 공공기관 중 신뢰도는 하위권이었다. 불신과 위상 추락이 검찰의 현주소라는 보고서였다.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지적한 검찰의 문제점은 이미 여러 차례 나온 것들이다. '정권 입맛대로 수사하고 결론이 맞춰진다. 돈과 힘있는 사람에 대한 수사 과정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다르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검사들의 자의적인 판단이 적잖다. 강압적이고 권위적이다.'

검찰의 진단은 다르다. 검찰 공무원들도 국민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검찰의 내부 문제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는 일반 국민들과 달리 상당히 높다. 밤을 새워 일하는 검사나 검찰 공무원의 상당수는 국민의 불신을 억울하다고 여긴다. 법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국민감정도 안타까운 일이다. 검찰의 신뢰 회복을 검찰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를 공개한 이 의원은 "검찰은 정치권 주문에 일절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되고 좌고우면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위직으로 갈수록 인사권을 쥔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젊은 검사들의 혈기에 무턱대고 따라가다가는 언제 무슨 낭패를 당할지 알 수 없다. 정치권의 주문이나 권력의 주문에 좌고우면하지 않고서 승승장구할 검사들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검찰은 법원과 함께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지켜주는 헌법기관이다. 검찰에 대한 불신은 국민들에게도 손해다. 검찰이 좌고우면하지 않아도 될 환경 조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서영관 논설주간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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