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찾아서] 39. 가족이야기<3>-식사

식구는 함께 밥먹는 사람들 밥상머리 얘기꽃이 곧 보약

몇해 전 우연히 어느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를 보게 됐습니다. 전교생이 100명 남짓한 작은 학교였습니다. 제 추억의 한 귀퉁이에 남아있던 30년 전 운동회 모습이 그곳에 고스란히 간직돼 있었습니다.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듯 맑고 높은 하늘 아래 만국기가 펄럭이고, 갓 걸음마를 뗀 막내부터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까지 마을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모였습니다. 농사로 바쁜 아버지도 그날은 일손을 멈추고 학교에 오셨고, 새벽부터 정성스레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어머니도 오셨습니다. 그날의 운동회는 가족이 함께하고, 동네 아저씨 아줌마가 함께하고, 온 마을이 들썩이는 정말 큰 잔치였습니다. 사진=김춘도(제47회 매일 전국어린이사진공모전 가작) 글=김수용기자
몇해 전 우연히 어느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를 보게 됐습니다. 전교생이 100명 남짓한 작은 학교였습니다. 제 추억의 한 귀퉁이에 남아있던 30년 전 운동회 모습이 그곳에 고스란히 간직돼 있었습니다.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듯 맑고 높은 하늘 아래 만국기가 펄럭이고, 갓 걸음마를 뗀 막내부터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까지 마을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모였습니다. 농사로 바쁜 아버지도 그날은 일손을 멈추고 학교에 오셨고, 새벽부터 정성스레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어머니도 오셨습니다. 그날의 운동회는 가족이 함께하고, 동네 아저씨 아줌마가 함께하고, 온 마을이 들썩이는 정말 큰 잔치였습니다. 사진=김춘도(제47회 매일 전국어린이사진공모전 가작) 글=김수용기자
행복은
행복은 '물 한 모금'이다 더운 여름날 갈증 날 때나 힘든 운동 후 목구멍으로 넘기는 물 한 모금. 카~~! 평소에는 별 생각 없이 마시던 물이지만 그 순간의 물맛이란! 늘 들이마시는 산소처럼 내 주위에 항상 존재하면서도 생활이 바쁘다는 둥,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둥 이런저런 핑계로, 늘 함께하면서도 지나쳤던 소중한 것들이 어느 순간 비로소 그것이 행복이란 걸 느끼게 해 준다. 내 주위에 흩어져 있는 행복 쪼가리들을 끼워 맞춰 보자. 글/일러스트=고민석 komindol@msnet.co.kr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먹는 일을 소홀히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언제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급식을 하다 보니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횟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고교생이 되면 저녁까지 급식으로 해결하다 보니 밥상머리에서 가족들이 한데 모이는 경우는 드물디 드문 월간 행사쯤이 되기 일쑤다.

◆가족 식사는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하지만 자녀 건강을 생각한다면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올 7월 미국 일리노이대 바바라 피즈 교수는 가족 식사가 잦은 가정의 자녀일수록 잘못된 음식 섭취 가능성이 줄고 비만 확률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가정의 식사 습관과 건강 상태를 조사한 최근 17건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는 방식.

조사 대상은 어린이와 청소년 18만2천 명이었다. 일주일에 다섯 차례 이상 가족끼리 식사를 한 가정의 자녀들은 그렇지 않은 가정에 비해 '무질서 식사'(disordered eating) 확률이 35%나 낮았다. 무질서 식사는 폭식을 하거나 식사를 거르는 것, 살을 빼려고 식사 후 일부러 토하는 것, 설사약이나 이뇨제 등을 복용하는 것, 체중 감소를 위해 담배를 피우는 것 등을 의미한다.

또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시간은 어린이 천식뿐 아니라 영양장애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가족 간 대화가 활발한 가족의 경우, 어린이의 폐기능이나 천식 증상이 크게 나아졌고, 천식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정도도 줄었다.

유치원 아이들도 가족과 함께 즐겁게 식사하면 비만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물론 잠을 충분히 자거나 TV시청 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했다. 지난해 2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사라 앤더슨 교수팀은 미국립 교육전략 연구소가 2001년생 어린이 8천5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교육환경과 건강발달에 관한 대규모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 어린이의 18%가 체질량지수(BMI)기준상 상당한 비만으로 나왔다. 정상 체중 아이들의 56.6%는 가족이 일주일에 여섯 번씩 저녁 식사를 같이 했고, 정상 어린이의 57.5%는 10시간 이상 잠을 자고 있었다. 또 40.4%는 하루 TV시청 시간이 2시간 이내였다. 세 가지 좋은 가족습관 가운데 하나만 해당 될 때보다 두 가지 이상 해당될 때 어린이 비만 위험은 더 낮았다.

◆함께 대화 나누며 공감하는 자리로

건강한 자녀로 키우기 위해선 가족 식사가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형편상 매 끼니를 함께할 수도 없고, 그저 밥상머리에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가족 식사의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뜻이다. 직장 일과 학업 탓에 서로 바쁜 부모와 자녀가 따로 시간을 내서 대화하기보다는 식사를 통해 자연스런 자리를 갖는 것.

앞서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식사하는 것을 싫어할 것'이라는 일부 부모의 우려와는 달리 10대 자녀들은 가족 식사를 좋아하며, 그런 자리를 자주 갖는 것이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있었다. 미국 일리노이대 바바라 피즈 교수는 "일주일에 몇 차례나 가족 식사를 할지 미리 정하고, 그 결정을 어떤 약속보다도 우선으로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가족간 약속은 바깥 일 때문에 언제든 깰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결국 가족 간 불신을 낳게 된다.

함께 밥 먹는다고 반드시 과체중 방지나 건강 증진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식사를 하면서 가족이 함께한다는 유대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소소한 일상의 문제를 물어보면서 끊임없이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춘기 자녀들과 이런 대화를 하면서 자칫 꾸중하고 비난하는 쪽으로 흘러가선 곤란하다. "이번 중간고사 준비는 열심히 하고 있냐?"는 물음보다는 "시험 준비하느라 힘들지?"라며 공감해주는 물음이 좋다. 아울러 "요즘 학교생활은 어때?"라는 막연한 질문보다는 "네 짝은 어떤 아이야? 어떤 수업 시간이 가장 즐거워? 친구들 사이에 인기있는 가수는 누구야?"처럼 보다 구체적이면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물음이 좋다. 가족 식사는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자 가정의 행복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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