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역주행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운전자와 비교한 유머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시대적인 상황에다 대통령의 재임 중 공과(功過)에 따라 초보 운전, 모범 운전, 대리 운전, 난폭 운전, 음주 운전, 무면허 운전자에 비유를 했는데, 급기야는 역주행까지 등장해 실소를 금치 못했다.

역주행에 관한 유머가 또 있다. 나이 지긋한 남자가 늦게 운전을 배워서 첫 자가 운전 나들이에 나섰다. 국도의 진행 방향 차로 반대편으로 올라가 태연히 역주행을 하고 있는데 집에서 아내의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국도상에서 누군가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의 답변이 걸작이다. "역주행하는 차량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

역주행은 유머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도 이따금씩 벌어지는 게 문제다. 며칠 전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80%로 운전면허 취소 기준(0.1%)을 훌쩍 넘긴 만취 상태에서 한밤중 중앙고속도로를 40㎞ 이상 역주행하던 사람이 경찰에게 붙잡혔다고 한다.

다행히 경찰이 빨리 출동을 했고 역주행 차량이 저속으로 운전해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반 차량처럼 100㎞ 안팎으로 달렸고, 경찰의 대응이 없었더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역주행은 운전자 자신이 역주행임을 알고 있을 때보다 모르고 있는 경우가 백번천번 더 위험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 역주행이 도로상에만 있는 것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사회건 역주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많았다.

'탐관(貪官)의 해악도 크지만 청관(淸官)의 해악은 더 크다'는 옛말이 있다. 지난날 벼슬아치들의 폐해를 두고 이른 말이지만 오늘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탐관은 제 스스로 잘못하고 있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청관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국민들에게 무슨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인(小人)보다도 군자(君子)를 자임하는 사람이 나라를 그르치면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비유도 나온다.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죄인(罪人)의 악보다 선인(善人)의 악이 더 클 수 있다'는 역설을 제기한 신학자도 있다. 신성(神聖)의 이름으로 독선과 오만에 빠져 있는 일부 종교인들의 역주행에 대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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