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2011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27일 서울 잠실야구장. 삼성그룹의 고위 관계자들이 야구장 본부석 앞 귀빈석을 온통 차지했다. 삼성 라이온즈 이수빈(삼성생명 회장) 구단주와 김응용'김인 전'현직 사장이 자리 잡은 가운데 김순택 미래전략실장(그룹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팀장들의 모습이 보였다. 미래전략실은 과거 비서실-구조본부를 잇는 그룹의 핵심 부서로, 팀장들이 사장'부사장들로 구성돼 있다.
구단 관계자는 "이날 승리 여부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그룹 차원에서 우승을 기원하며 야구단에 힘을 실어주자는 뜻에서 고위층의 야구장 방문이 전격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는 경기이긴 했지만 삼성그룹 핵심 임원들이 대규모로 야구장 찾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자리에 앉은 후 삼성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펼쳐질 때마다 박수를 치며 응원했고, 우승 확정 후에는 그라운드로 내려가 선수와 코칭 스태프를 격려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우승 세레모니 직전, 류중일 감독에게 직접 축하 전화를 했다. 이 사장은 "야구가 정말 재미있다. 고맙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재미있는 경기를 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7월 29일 삼성-LG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깜짝 방문해 류 감독 등 선수단과 악수하며 격려한 이 사장의 야구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야구단에 대한 관심은 올해 유난히 뜨겁다. 삼성이 지향하는 '일등 제일주의'의 실현을 위한 격려 조치로 보이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예전의 우승을 향한 서릿발 섞인 찬바람이 아닌 따뜻한 훈풍처럼 받아들여 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 야구단에는 지난해 말 커다란 태풍이 휘몰아쳤다.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그룹 내 IT 전도사로 불리는 김인 삼성SDS 사장이 야구단의 사장으로 발령 난 것. 김인 사장의 발령은 그동안 애쓴 데 대한 그룹 차원의 예우로 간주됐다. 이어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선동열 감독이 전격 퇴진하고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당시 류중일 코치가 사령탑에 선임됐다. 계약기간이 4년이나 남은 선 감독을 교체한 건 '지키는 야구'로 대변된 최근 몇 년간 삼성의 야구가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류 감독은 취임식 때 "호쾌한 공격 야구, 올드팬들이 야구장을 찾는 야구"를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변화를 염원하며 새로운 체제로 새 옷을 갈아입힌 삼성그룹과 시즌 초기 우려를 잠재우고 소통의 야구로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류 감독 간 소통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은 또 2014년 개장 예정인 대구 새 야구장 건립에 500억원을 투자, 야구장을 직접 운영하기로 하는 등 프로야구의 체질 개선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이 600만 관중 시대를 연 프로야구 발전에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야구단에 관심을 갖는 것이야말로 선수단의 사기를 높이는 일"이라며 "야구단을 그룹 홍보의 수단으로 여겼던 과거와 달리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야구단을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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