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맞벌이 부부의 재테크

결혼의 계절인 가을이 돌아왔다. 요즘 결혼하는 부부들을 보면 각박한 경제 현실을 반영하듯 맞벌이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부부 가구 중 맞벌이 비율은 40.1%로 조사됐다.

맞벌이 가정이 외벌이 가정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훨씬 안정적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실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맞벌이 가정 가운데 저소득 계층이 상당수 있으며 부부가 모두 경제활동을 하는 까닭에 지출도 외벌이 가정에 비해 많은 편이다. 또 외형적으로 나타난 소득이 높은 경우 소비 지출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지는 경향도 있다.

하버드대 법대 교수 출신 엘리자베스 워런이 딸과 함께 쓴 '맞벌이의 함정'이란 책은 중산층 맞벌이 가정의 경제적 위기 가능성과 그 대책을 다루고 있다. 먼저 맞벌이 가정의 함정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데 맞벌이 가정은 두 사람의 수입을 기준으로 지출을 하기 때문에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실직하면 가계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은 반면에 외벌이 가정은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없어지는 경우 가정의 생존을 위해 부부가 일자리를 구하기 때문에 직업을 구할 확률은 2배가 된다. 이처럼 외벌이 가정에서 소득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유사시에 위험을 분산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세상사에 언제든 위험이 닥칠 수 있는데 맞벌이 가정의 경우 가장 큰 위험이라 하면 가장의 실직 또는 이혼 등을 꼽을 수 있다. 책에서는 그 위험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비상자금을 반드시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맞벌이 부부 중 1명이 잠시 동안 소득활동을 못하게 되는 경우 등을 대비해 최소한 3개월 정도의 생활비는 현금성 자산으로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둘째, 고정비용에 대한 원칙을 세워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고정비용이라면 주택담보대출이라 할 수 있는데 주택가격 대비 높은 담보대출 비율로 인해 경기침체기(주택가격 하락)에 치명적인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비상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장이 갑작스런 사고나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는 경우, 가정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고액의 병원비도 지출해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보험에 가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유럽 재정 불안에서 야기된 세계 금융 불안으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는 등 금융위기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정부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많이 발표하고 있지만 해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여건상 시원한 해결책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소개한 '맞벌이의 함정'은 저자가 미국이라는 특정 지역의 맞벌이 가정에 주목하여 편찬한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보통 가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가계비 지출 중 아파트 구입비 등 주거비 비중이 높고 맞벌이 비중이 과반수에 육박하는 등 미국의 상황과 많이 닮아 있다는 점에서 대비책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크게 참고할 만하다 하겠다.

정리·이경달기자

도움말·조영철 농협중앙회 대구PB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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