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맛있게 먹기] 연극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6)연극의 과학

연극은 다양한 예술이 한데 섞인 종합예술이다. 그리고 현대과학이 접목된 과학예술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기초예술 분야 중에서 가장 과학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과학은 연극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록 시대가 변하고 과학이 더 발달하여도 연극은 배우가 중심인 예술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 배우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극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분명 과학의 힘이다. 연극에는 어떤 과학이 들어가 있으며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지금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연극의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연극 발생의 초기에는 별다른 과학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관객이 있고 무대가 있고 배우가 있으면 됐을 테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그 과학은 고스란히 연극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것이 빛이다. 전기의 발명과 함께 전구를 활용한 조명이 발달하면서 일종의 혁명이 일어났다. 조명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던 개념에서 현재에는 다양한 조명기와 장치를 이용해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혹은 연극의 분위기나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 비극이 유행했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셰익스피어도 현대의 이러한 조명기술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이는 예술적 차원이 아니라 눈부신 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과학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해 배경그림을 그리는 수준으로 변했다가 다시 배경이 되는 장소를 사실적으로 재현해내거나 순식간에 여러 장소를 보여주기 위한 기계적 장치가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대극장의 경우에는 회전이나 오르내리는 것이 가능한 장치가 되어 있어 빠른 장면전환 및 특수한 효과를 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연극의 무대라는 것이 관객이 연극을 볼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라는 개념에서 특별한 장치들이 갖춰진 특정 극장이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과학의 발달이 연극에 적용되면서부터일 것 같다.

분장의 경우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그 기술이 발전했다. 특히 영화나 뮤지컬을 통해 특수 분장의 발전상은 잘 알려져 있다. 뮤지컬 '캐츠'는 무대공연에서 분장이 차지하는 중요하고 결정적인 비중과 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분장은 의상과 함께 다른 어떤 분야보다 배우와 직접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소극장 공연에서는 사극이 아닌 현대물이라면 분장의 개념보다는 화장의 개념이 적용되기도 하고 장기공연의 경우 배우 스스로 자신의 분장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연극의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음악이나 음향의 경우도 과학의 발달과 함께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고 많이 활용되고 있다. 특정 장소에서 들릴 법한 소리를 녹음해 재생하는 것에서부터 상상만 해왔던 소리를 만드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영화관에서 느낀 웅장한 소리를 연극무대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다. 다만 제작비 문제로 인해 과학의 발달과 함께 새롭게 생겨난 효과와 기술을 한 무대에서 모두 보여주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모두 보여줄 필요도 없다. 기술성보다는 예술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누군들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껏 과학의 발달과 함께해 온 연극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학의 발달과 함께 새롭게 생겨난 기술이 이전의 것들을 밀어내고 사라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방법이나 기술 이외에 새로운 선택사항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 생겨난 기술이나 장치 대신에 예전의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제작비 절감 차원인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다른 효과를 위한 선택일 경우도 있다. 아무튼 새롭게 등장한 과학기술은 분명히 연극적 효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연극은 예술이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은 연극에 꼭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안희철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