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내려섰다. 우리 곁에 온 가을은 털털한 동네 슈퍼마켓 아저씨 같은 모습이다. 가을이 짙어가면 입맛도 살아난다. 강북마을공동체 '농부장터' 가족들은 맛깔스러운 음식이 당길 때면 어김없이 동네 '미주구리 전문점'을 찾는다. 어촌 냄새가 풀풀 풍기는 그 소박한 맛이 좋고, 마음 맞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란다. 농부장터 김기수(50) 대표는 "가을엔 그저 편한 사람, 편한 음식이 좋은데 미주구리 맛이 마치 가을을 닮았다"고 표현한다.
미주구리는 물가자미다. 물가자미의 본고장인 영덕에서는 미주구리로 부른다. 일본식으로 발음한 지역방언이다. 물가자미로 부르기보다 오랫동안 불러온 미주구리가 더욱 친근한 모습이다. 투박스럽지만 뼈째 씹히는 고소한 맛이 너무나 서민적이다. 농부장터 김 대표는 "미주구리는 양식이 되지 않는 자연산이라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평소 눈여겨봐 둔 '미주구리 전문집'에서 한번 맛본 후 아예 단골손님으로 정착했다. 김 대표는 "이 집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10년 묵은 장맛"이라며 "오래 묵은 간장을 쓰면서 모든 음식의 기본 맛을 내기 때문에 '멋보다 맛'을 내는 집"이라고 말한다. 미주구리 전문점 정정숙(54) 대표도 이런 음식 평가에 동의한다. 팔공산 기성삼거리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재료로 장을 담그고,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미주구리 전문점'은 대구시 북구 동천동 칠곡 2지구와 3지구 사이 팔거천 대동교 옆 골목에 있다. 농부장터 식구들이 자리를 잡자마자 신선한 바다 냄새를 확 풍기며 미주구리 회가 등장한다. 큼지막한 접시에 다양한 야채와 미주구리 회가 푸짐하게 놓여 있다. 각자의 식성에 맞춰 얇게 채 썬 각종 채소에다 미주구리를 듬뿍 넣어 초장에 버무리면 미주구리 무침회가 된다.
먹음직스럽게 버무려 한입 맛보니, 초장 맛이 강해 입안에 매운맛이 확 번지면서 정신이 번쩍 든다. 이럴 때는 가지 냉국 한 숟가락이 해결사다. 매운맛이 적응되면 미주구리의 참맛이 느껴진다. 약간 투박스럽지만 뼈째 씹히는 고소한 맛은 씹을수록 달콤하게 변한다. 채소에 쌈 싸먹는 것도 좋지만, 생미역에다 미주구리를 듬뿍 얹어 한입 가득 먹으면 바다 냄새가 온몸을 휘감는 듯한 느낌이 전해온다. 강북마을공동체 반상호(50) 대표이사는 "이 집 미주구리는 영덕 축산에서 잡은 것이라 본고장의 싱싱한 맛을 느낄 수 있다"며 "미주구리 구이도 한번 맛보라"고 권한다. 단골인 이순옥(55'농부장터 판매 책임자) 씨는 "무침도 맛있지만, 미주구리 물회 맛도 최고"라고 소개한다. 비린내가 싫어서 평소 회를 별로 즐기지 않는다는 텃밭회원 노미경(39) 씨도 "미주구리 무침회는 비린내가 없고 고소하면서 담백하고 맛깔스럽다"고 말한다. 텃밭동아리 심용섭(52) 대표는 회 마니아다. "회를 좋아해서 다양한 어종의 맛을 보았지만 미주구리는 순수한 그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평가한다.
농부장터 황보 승(51) 이사는 "미주구리는 본고장인 영덕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으로 내륙지방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었던 귀한 음식"이라며 "서민들이 즐겨 먹지만 품위가 있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농부장터 김 대표는 "미주구리는 물회로 만들어 먹어도 좋고, 물 없이 무침회를 밥에 얹어 회덮밥처럼 비벼 먹거나 물회에 밥을 넣어 말아먹어도 별미"라며 전문가 수준의 평가를 한다. 미주구리 회와 찌개는 각각 2만2천원(소) 3만원(대), 구이는 2만원, 물회는 9천원이다. 겨울에는 도루묵찌개와 구이도 맛볼 수 있다. 예약은 053)325-7749.
##추천 메뉴-미주구리 구이
전어 구이의 맛은 많이 알려졌지만, 미주구리 구이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미주구리 마니아들은 남들 모르게 미주구리 구이를 즐긴다. 그리 크지도 않고 어른 손바닥만 한 미주구리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나오면 모두들 탄성을 지른다.
솔솔 풍기는 고소한 냄새에다 눈으로 보는 맛이 아주 좋아 보는 순간 입에서 침이 생겨난다.
바삭하게 잘 구워진 미주구리는 쫄깃함과 고소한 맛의 극치다. 기름기가 없어 담백하다. 내륙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바닷가 주민은 구이를 즐긴다. 가을 전어와는 또 다른 맛이다.
이홍섭기자
사진'이채근기자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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