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소진 셰프의 이탈리아 음식열전] 미식여행-(2)페루자

페루자(Perugia)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탈리아 여행을 할 때 로마나 나폴리처럼 즐겨 찾는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곳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미식여행을 할 때 반드시 찾아가야 할 곳으로 손꼽힌다.

이탈리아 중부 내륙지방에 위치한 움브리아(Umbria)주의 대표 도시인 페루자는 북으로는 피렌체(Firenze), 남으로는 로마(Roma)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각각 차로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곳이다. 이곳은 우리에게는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인 축구 선수 안정환이 뛰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페루자 국립 외국인대학교(L,universita' di perugia per stranieri)가 있어 이탈리아어를 배우려는 전 세계의 학생들이 모이는 교육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이외에도 해마다 7월에 열리는 한여름의 재즈 축제인 움브리아 재즈(Umbria jazz)와 같은 국제적인 행사뿐 아니라, 10월 중순 열리는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초콜릿 축제인 유로초콜릿(Eurochocolate) 축제가 열린다. 이처럼 해마다 열리는 국제적인 행사와 함께 외국인대학교가 있어 외국 유학생들이 많다 보니 페루자에는 일본, 중국, 미국, 그리스, 멕시코, 인도 등 여러 국적의 식당들이 즐비하며,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페루자 시내에 움브리아주 전통 음식을 판매하는 유서 깊은 레스토랑도 몇 군데 있지만, 움브리아 주의 각 도시를 직접 찾아가서 제대로 된 것을 먹어봐야 할 음식이 따로 있다. 고대 에트루스까(Etrusca)의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페루자에는 양파를 곁들인 돼지 간 요리(fegato alla cipolla)와 각종 채소와 토마토소스로 맛을 낸 토끼요리(coniglio alla perugina), 콩 스튜(zuppa di regumi) 등이 유명하다.

움브리아주는 이탈리아의 푸른 심장이라고 불릴 만큼 산지와 평야가 적절하게 분포돼 있어 올리브와 포도의 재배량이 많다. 성 프란체스코(San Francesco)의 성지인 아씨시(Assisi)와 중세도시인 스폴레또(Spoleto)에서는 진한 연둣빛의 색상을 가진 최고 품질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 생산되며, 특히 스폴레또에서는 매년 가을에 올리브 오일 소믈리에가 참석하는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이곳은 평야가 많은 내륙지방인 만큼 가축 농가도 많아서 육류를 즐기는데, 특히 돼지고기로 만든 움브리아 전통 요리가 다양하다. 뽀르께따(porchetta)는 돼지고기를 뼈째 두껍게 자른 목살과 갈비를 숯불에 굽고 여러 가지 허브와 각종 향신료를 발라 나무 장작 화덕에 통째로 굽는 이탈리아식 돼지 통바비큐다. 또 돼지의 여러 부위를 염장, 숙성, 건조시켜서 저장해 두고 먹는 돼지 생햄인 프로쉬우또(prosciutto)와 각종 살라메(salame)가 노르챠(Norcia)라는 도시에서 유명하다.

내륙지방이라 바다가 멀리 있어서 해물이 귀한 편이지만 움브리아주에서 생선 요리가 그립다면 이탈리아에서 네 번째로 큰 트라시메노 호수(Lago di trasimeno)에 가서 해산물 피자(pizza alla pescatora)나 해산물 튀김(pesce fritto)을 먹을 수 있다.

움브리아주를 여행하면서 반드시 먹어야 할 대표 별미가 있다면 바로 푸아그라, 캐비어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라고 알려져 있는 따르투포(tartufo)라고 부르는 송로버섯이다. 송로버섯으로 크림을 만들어 빵에 발라 먹거나 파스타나 리조또로 요리를 하며, 스테이크 위에 얇게 저미거나 뿌려서 즐기기도 하는데, 특히 페루자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떨어진 굽비오(Gubbio)에 가면 반드시 송로버섯 요리를 즐겨보길 권한다.

이탈리아 음식을 즐길 때에는 반드시 훌륭한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여야 하는데 전 세계의 슬로시티(slow city)의 대명사인 오르비에또(Orvieto)는 화이트와인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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