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즐겨 먹었던 음식이 어른이 되어서도 그리워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어머니의 손맛! 지금 생각해보면 소박한 음식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도 내 입에 꼭 맞는 이유는 무엇일까? 빛바랜 앨범 속의 사진처럼 그 느낌이 가슴에 깊이 새겨진 때문이다. 찐빵도 그중 하나다. 겨울철 호호 불며 아껴 먹었던 그 맛!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리운 맛이다. 가창 찐빵골목에는 사람들이 오늘도 길게 줄을 서 있다.
◆찐빵과 만두의 역사
찐빵은 '빵'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만두에 더 가깝다. 중국의 만두가 일본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찐빵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341년 원나라에 유학을 갔던 일본 승려 류잔 선사가 귀국하면서 함께 일본으로 간 중국인 임정인이라는 사람이 찐빵을 만든 장본인이다. 절에서 생활했던 그가 고기 대신 단팥을 넣은 새로운 만두를 만든 것이 찐빵이다. 7세기 당시 일본은 가축 도살을 금지했다. 이와 함께 육식금지령까지 선포한 이후 1천200년 동안 고기를 먹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 이유는 섬나라인 일본의 지리'환경적 특성상 외부에서 가축을 조달해 오기가 어려웠던 데다, 살생을 피하는 불교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임정인이 만들었던 팥 넣은 만두가 지금 일본에서는 '나라 만주'의 원조가 됐고, 한국에서는 찐빵으로 정착됐다.
◆추억의 간식! 찐빵
6'25전쟁 후 모든 것이 궁핍했던 1960년대, 찐빵은 배고픈 국민에게 최고의 간식이었다. 50대 이상의 중년들은 찐빵에 대한 추억이 남다르다. 추운 겨울날 김이 술술 나는 찐빵 하나면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따스하고 촉촉한 촉감, 한입 물면 쫀득하면서 포슬포슬한 그 느낌, 살짝 풍기는 밀가루 익은 냄새가 그렇게도 좋았다. 속에 든 팥소의 그 달콤함, 끝없이 입맛을 당긴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돌면서 찐빵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찐빵은 쌀쌀한 날씨에 먹어야 제맛이다.
◆가창 찐빵, 만두의 특징
가창 찐빵과 만두 만드는 기술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6'25때 대구에 피란 온 사람들이 만두를 만들면서 대구가 그 기술을 전수받았다. 가창에서 찐빵과 만두를 만드는 기술자들은 모두 장인 수준이다. 호찐방 만두나라 서노영(55) 대표는 "만두피를 만드는 솜씨와 손 빠르기 등은 전국 최고"라고 자부한다. 당연히 맛과 재료의 질, 가격까지도 대구가 최고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가창 찐빵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찐빵과는 달리 팥 앙금을 사용한다는 점과 그 양도 2, 3배나 더 많이 넣어 맛이 좋다는 점이다. 만두도 다양한 야채와 고기 등을 듬뿍 넣어 푸짐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동네 풍경
대구에서 청도로 가는 30번 국도. 수성구 파동을 지나 달성군 가창면사무소 앞을 지나면 구수한 찐빵냄새가 진동한다. 도로 양편에 늘어선 찐빵 집은 가창댐으로 향하는 입구까지 500m에 걸쳐 10곳이 영업 중이다. 가게마다 길가에 김을 술술 풍기며 여행객을 유혹한다. 2000년 처음으로 '옛날 찐빵집'이 문을 연 후 손님이 몰려들면서 성업을 이루자, 주변에 찐빵 가게가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명실공히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찐빵골목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주말과 휴일이면 나들이객이 많아 찐빵을 사려는 차량들이 몰려들면서 종종 교통체증을 빚기도 한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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