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남희의 즐거운 책읽기] ●우리는 행복한가/이정전 /한길사

'경제성장=행복' 고정관념 버리고 '바른 성장' 추구해야

우리는 행복한가? 경제성장의 결과 과거보다 훨씬 좋은 집에서 잘 먹고 잘살게 되었지만, 우리들 대부분이 느끼는 행복 체감지수는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에 비해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왜 그럴까?

경제학자이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인 이정전의 '우리는 행복한가'는 이런 물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경제학자가 어떻게 행복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되었을까? 그런데 저자는 자연과학자들이 이미 행복에 관한 연구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사회학자나 심리학자가 점차 그 뒤를 잇고 있다고 소개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자주 얘기되는데, 이런 나라들의 공통점은 복지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국민들 사이에 신뢰가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라고 해서 모두가 불행한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등은 1인당 소득이 낮지만 행복지수는 상당히 높다. 반면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들 중 하나인데도 선진국 중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낮다. 일본의 경우는 무언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 강국이지만 행복지수는 그다지 높지 못하다.

소득과 행복에 대한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대략 1만달러 내지 1만5천달러의 개인소득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는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개인의 행복지수가 큰 폭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일단 이 기준점을 넘어서면 소득이 늘어나더라도 개인의 행복이 별로 높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소득증대가 곧 행복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털어버리고 국민의 행복을 구체적으로 얼마나 증진시키는가를 꼼꼼히 점검하면서 경제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목표는 진정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올바른 경제성장' 혹은 '현명한 경제성장'이며, 어떻게 하면 그런 현명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 그리고 진정 행복하기 위해서는 각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때라고 말한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은 '흔히 말하는 생존경쟁이란 실제로는 성공을 위한 경쟁을 의미한다. 문제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행복의 원천이라고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회적 필요는 사람답게 사는 데 꼭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수준이며 사회적 필요의 수준은 사회적으로 결정된다. 소득수준이 높아져도 더 나은 사람들과 비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내 소득에 영원히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경쟁력 강화와 소득수준의 향상이 곧바로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선진국 국민들이 공유하게 되었다. 국민들의 이런 느낌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행복에 관한 연구에 나서면서 각종 정책적 제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고 저자는 말한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욕심이 많고 성취욕이 강하며 출세지향적인 사람들은 설령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행복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오히려 인간관계가 좋고 매사 긍정적이며 봉사활동을 잘하는 일반 교양인이 행복할 확률이 훨씬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육은 성숙된 교양인보다는 생산성이 높은 전문가를 배출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행복은 바이올린과 같이 연습해야만 한다. 불행은 부르지 않아도 오지만 행복은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다. 행복은 신의 선물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가능성들을 가장 합당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결과이다."

행복의 달성을 위한 개인적 사회적 노력을 강조하는 긍정심리학의 입장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복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 물음과 행복의 조건에 대한 성찰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신남희(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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