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교영의 의료백과] 국민건강보험을 강제하는 이유

한 국가의 의료제도는 그 나라가 지향하는 국가경영철학과 이념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국민건강보험)는 보험재정 위기, 매년 되풀이되는 보험료 인상, 진료비 삭감, 의료수가 통제 등으로 가입자인 국민들은 물론 의료공급자(의료기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내부적으로는 제도 운영 상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들이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성공한 의료보험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열악한 경제여건 속에서 일찌감치 사회보험 형태의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한 점은 후발 개도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보험(현 국민건강보험) 제도 운영의 모태가 되는 의료보험법을 1963년 제정했다. 그러나 열악한 경제여건을 이유로 시행을 미뤘다가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본격 도입했다. 지금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시행한 것은 1989년 7월부터다.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차원에서 제도의 의의와 특징을 살펴보자. 국민건강보험은 질병과 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 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해 보험급여를 실시하는 제도이다. 즉, 일시에 고액의 진료비가 소요되어 가계가 파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원리에 따라 국민들이 평소에 낸 보험료를 보험자(국민건강보험공단)가 관리'운영하다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보험급여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민 상호 간에 위험을 분담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은 법률에 따라 일정한 법적요건이 충족되면 본인 의사에 관계없이 강제 적용된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건강보험료를 왜 내야 하나'며 강제 적용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보험 가입을 기피할 경우 국민 상호 간 위험분담을 통해 의료비를 공동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건강보험제도의 목적을 실현하기 어렵다. 또한 돈 많고 건강한 사람들이 보험 가입을 회피하고 가난하고 질병 위험이 높은 사람만 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재정이 파탄되어 건강보험 운영이 불가능하게 된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미국식 민간 의료보험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건강보험 존립에 대한 위협이다. 민간보험이 도입될 경우 건강보험 임의 가입이나 건강보험료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이 시장논리에 좌우될 경우 민간보험은 '가진 사람들만의 보험'이 되고, 건강보험은 '가난한 사람들만의 보험'으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사회보험으로 사보험(민간보험)과는 다른 특징들이 있다. 첫째, 국가가 개입해 국민건강과 생활의 안정을 도모한다. 둘째,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 국민 각각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부담하고 필요에 따라 균등한 급여를 받게 함으로써 소득재분배 역할을 한다. 셋째, 국민의 의료비용을 사회연대성 원리에 따라 공동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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